좋은글

놈은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을 모르고, 제 힘은 생각하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오리지널마인드 2017. 7. 10. 15:18
‘사마귀’란 살갗이 유두종(乳頭腫)바이러스에 감염돼 너무 많이 자라는 병으로 도도록하게 낟알만 한 군살이 돋는다. 우리가 소싯적엔 손등에 그리도 많이 생기더니만 요즘은 눈을 닦고 봐도 없다. 못 먹어 생기는 병인가 보지 하며 이 사마귀를 곤충사마귀에게 뜯게 했다.

장맛비가 한 줄기 하고 나니 그새 잡풀이 범이 새끼 칠 만큼 우거졌다. 그놈들 매느라 낑낑거리고 있을라치면 아직 덜 자란 새끼사마귀가 도망을 간다. 곤충에도 같은 이름의 사마귀가 있으니 녀석들이 다 자라고 나면 낫날과 흡사한 앞다리를 치켜들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주둥이에 역삼각형의 머리와 방울 같은 큰 눈을 부라린다. 두 앞다리를 오므리고 가만히 먹잇감을 기다리는 모습이 천생 기도하는 꼴이므로 서양 사람들은 ‘기도하는 사마귀’라 부른다.

사마귀와 버마재비는 둘 다 표준어다. 그런데 ‘버마재비’는 범의 아재비가 어원일 듯싶다. 게아재비, 미나리아재비, 벼룩아재비, 새우아재 따위의 생물이름이 있는데 ‘아재비’란 아저씨의 낮춘 말로 식물이름 뒤에 붙으면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뜻이고, 곤충이나 동물이름 뒤에 붙으면 무섭다는 의미다. 그래서 버마재비는 범아재비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범(호랑이)처럼 무서운 곤충이란 뜻이다.

어느 날 중국 제(齊)나라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를 막는 것을 보았다. 마부를 불러 그 벌레에 대해 묻자, 마부는 “저것은 사마귀이옵니다. 놈은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을 모르고, 제 힘은 생각하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자 장공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천하에 용맹한 사나이가 될 것이니라”고 말하면서 수레를 돌려 갔다고 한다. 그래서 버마재비가 수레를 버티는 셈이란 뜻의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이 생겼으니 제힘에 부치는 대상에 맞서려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빗댄 말이다.

사마귀는 절지동물, 사마귓과의 곤충으로 머리가 몸에 비해 작고 두 더듬이는 매우 가늘고 길며 입은 씹기에 알맞다. 목이 썩 가늘고 머리를 사방으로 까닥까닥 자유롭게 잘 움직인다. 가슴에 세쌍의 다리가 붙고, 날카로운 낫 모양의 앞다리는 한번 잡은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 앙칼진 놈이다. 사마귀는 기다림의 명수로 먹잇감이 가까이 오기를 날밤을 새워 살피다가 공격거리 안에 들면 ‘버마재비 매미 잡듯’ 불시에 벼락같이 몸을 날려 습격한다.

사마귀는 먹을 것이 모자라면 사정없이 끼리 드잡이하고, 막판엔 서로 잡아먹는 동족포식도 한다. 모질고 잔인한 놈들로 이만저만 포악한 살생유전자를 가진 놈이 아니다. 어디 그뿐일까. 갖은 아양 다 떨어 암놈보다 훨씬 작은 수컷은 조심스럽게 암놈 등짝에 날름 올라타곤 앞다리로 암놈의 가슴팍을 세게 틀어 붙잡고 애써 짝짓기를 시작한다. 거미 따위가 그렇듯이 사마귀 암컷은 흘레 붙는 중에 느닷없이 수컷을 야멸치게 잡아먹어버리니 이런 기습을 성적동족포식이라 한다. 머리를 먹혀버린 수놈은 더 세차게 정자를 뿌린다. 종족보존의 비원(悲願)이 참 무섭다. 죽어가면서도 씨를 퍼뜨리려 드는 저 수컷사마귀를 보라.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