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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하지만 황제하고 비슷한 거요"
오리지널마인드
2017. 10. 27. 12:51
필자는 1973년 이후 한국에서 상영되는 외국 영화를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대사 번역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얼마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The Student Prince'(황태자의 첫사랑)의 한글 자막판 DVD를 구해 보았는데 영화 도입부부터 번역이 시원찮았다.
이 영화는 대사에 웃기는 것이 많은데 번역이 어색하거나 틀려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예컨대 고등교육을 '초보 교육'으로 오역하는가 하면, 화가 난 식당 주인이 황태자를 허풍떠는 대학생으로 오해하고 "What do you think you are, the kaiser?"(네가 뭔데? 황제라도 되냐?)라고 소리치자 황태자는 "No, but you're getting warmer"라고 대꾸한다. 이걸 "아뇨, 하지만 겁먹은 것 같군요"라고 오역한 자막을 달았다. "아뇨, 하지만 황제하고 비슷한 거요"가 정확한 번역이다. 'get warmer'가 'get closer'와 같은 뜻이란 걸 번역자가 몰랐던 것이다.
또 고급 여인숙의 매력적인 여직원에게 황태자가 키스를 하자 그녀는 "At Ruder's Inn that does not come with the service"(이 호텔에서는 키스가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응수하는 재치있는 말을 "무례하시네요"라고 덤덤하게 번역했다. 또 "3류 양복점에서 다림질이나 하게 될 거요"를 "당신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요"라고 재미없게 번역하는가 하면, '왕실 고문'을 '개인 교수'라고 하는 등 오역·졸역이 너무 많아 자막에 의존하는 관람자는 이 영화의 진미를 만끽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앤 블라잇스(Ann Blyth)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1954년 영화로 영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는 걸작이다. 거의 매년 한 번씩 보는데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영화의 처음 3분의 2는 관객을 웃기고 나머지 3분의 1은 관객을 울리는 아주 건전한 영화다. 마리오 란자가 배우 대신 부른 노래도 많이 나온다. 이런 좋은 영화가 부실한 자막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 요즘은 자막이 달렸거나 아예 우리말로 더빙(dubbing)한 영화가 일반 TV와 여객기 안에서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 자막 분야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
-조선일보-
이 영화는 대사에 웃기는 것이 많은데 번역이 어색하거나 틀려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예컨대 고등교육을 '초보 교육'으로 오역하는가 하면, 화가 난 식당 주인이 황태자를 허풍떠는 대학생으로 오해하고 "What do you think you are, the kaiser?"(네가 뭔데? 황제라도 되냐?)라고 소리치자 황태자는 "No, but you're getting warmer"라고 대꾸한다. 이걸 "아뇨, 하지만 겁먹은 것 같군요"라고 오역한 자막을 달았다. "아뇨, 하지만 황제하고 비슷한 거요"가 정확한 번역이다. 'get warmer'가 'get closer'와 같은 뜻이란 걸 번역자가 몰랐던 것이다.
또 고급 여인숙의 매력적인 여직원에게 황태자가 키스를 하자 그녀는 "At Ruder's Inn that does not come with the service"(이 호텔에서는 키스가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응수하는 재치있는 말을 "무례하시네요"라고 덤덤하게 번역했다. 또 "3류 양복점에서 다림질이나 하게 될 거요"를 "당신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요"라고 재미없게 번역하는가 하면, '왕실 고문'을 '개인 교수'라고 하는 등 오역·졸역이 너무 많아 자막에 의존하는 관람자는 이 영화의 진미를 만끽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앤 블라잇스(Ann Blyth)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1954년 영화로 영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는 걸작이다. 거의 매년 한 번씩 보는데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영화의 처음 3분의 2는 관객을 웃기고 나머지 3분의 1은 관객을 울리는 아주 건전한 영화다. 마리오 란자가 배우 대신 부른 노래도 많이 나온다. 이런 좋은 영화가 부실한 자막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 요즘은 자막이 달렸거나 아예 우리말로 더빙(dubbing)한 영화가 일반 TV와 여객기 안에서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 자막 분야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