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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臥薪嘗膽)의 각오를 다지고 담대해져야 한다

오리지널마인드 2017. 1. 15. 09:31
사과에 인색한 일본을 비난할 때 우리는 독일을 예로 든다. '독일은 틈만 나면 나치 만행을 무릎 꿇고 사과하는데 너희는 뭐냐'고 힐난한다. 그런 독일이 실은 사과를 가려가며 했다는 걸 아는가. 1970년 12월 7일 빌리 브란트 총리는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비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옛 식민지 나미비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독일은 그 나라에서 1904년부터 4년여간 7만5000여명을 학살하고도 100년 넘게 사과는커녕 학살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다가 지난해 비로소 사과했다. 폴란드처럼 무시하기 힘든 피해국과는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두 나라 미래 세대를 가르치자고까지 하면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지난 5일엔 나미비아 부족장들로부터 미국 맨해튼 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당했다. 그러니 나미비아인 앞에서 '독일을 본받으라'고 했다간 비웃음만 살 것이다.

국가 간 사과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필요하면 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마땅히 사과할 일도 무시해버린다. 우리 마음에 흡족한 수준의 사과를 받으려면 상대방이 그런 수준의 사과를 할 필요를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각오를 다지고 담대해져야 한다. 지난해 5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은 일본과 베트남이 그랬다. 일본은 핵폭탄 두 방으로 아이 노인 여성 할 것 없이 22만명이 몰살당하고도 히로시마에 오바마를 세우기 위해 내각·언론·국민이 모두 나서서 "사과는 필요 없으니 오라"고 했다. 베트남도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야심을 드러내자 단호히 미국 쪽에 섰다. 고엽제 사망자 등 전시 피해에 대해 미국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문제는 꺼내지도 않았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