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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오리지널마인드
2017. 1. 9. 09:58
의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서열의 확인이다. 군중을 향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사람은 서열이 가장 높은 단독자여야 한다. 그가 즐긴 건 바로 그런 권력감정이었다. 권력과 서열을 숭배하는 사회일수록 의전이 발달돼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총리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라도 계단을 이용해야만 한다. 기차를 탈 땐 승용차를 플랫폼까지 밀고 들어가고, 주차가 여의치 않으면 시내버스 정류장이라도 점령하고, 도로가 막히면 교통을 통제해 다른 차들의 운행을 막아야 한다. 워낙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라 시간을 아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모든 이들에게 위계의 힘을 확인시켜주면서 자신의 서열을 만끽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의전 갑질’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슨 행사 때 서열 높은 사람들의 자리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은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다. 행사의 의미나 알맹이는 뒷전으로 밀린 가운데 ‘의전의, 의전에 의한, 의전을 위한’ 행사가 수없이 열리고, 의전 때문에 서열 낮은 수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 기구 중엔 외교부라는 게 있지만, 이는 ‘의전접대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을 정도로 외국을 방문하는 국내 권력 엘리트 수발 드느라 바쁘다. “대사는 국회의원 의전 요원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해야 할 정도로, 대사가 국회의원 의전 요원이라는 건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국회의원들이 자주 가는 유럽 국가의 경우, 대사는 해마다 100여차례 한국 손님을 맞느라 “외교관 업무의 절반 이상이 접대”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의전을 즐기는 데엔 민관의 구분도 없다.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느 재벌기업의 프랑스 법인장을 지낸 프랑스인이 쓴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은 사실상 ‘의전에 미친 한국인’에 대한 고발서다. 하지만 한국에선 입신양명에 성공한 엘리트의 삶의 의미와 보람은 의전에서 나오는 걸 어이하랴. 보통사람들마저 그걸 흉내내 결혼식과 장례식의 허례허식을 버리지 못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서열에 집착해 자신보다 낮은 서열에 속한 대학의 학생들을 폄하한다.
의전 권력에 중독된 의전 대통령이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게 아니다. 범국민적으로 자신의 서열을 지키기 위한 욕망과 그 상징인 의전에 미쳐 돌아가는 토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겨 그의 죄악에 면죄부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높은 서열이 주는 특혜와 특권만 누리고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는 엘리트 집단의 서열중독증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촛불의 일상화는 그런 망국적 행태를 흉내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이야기다.
-한겨레-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총리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라도 계단을 이용해야만 한다. 기차를 탈 땐 승용차를 플랫폼까지 밀고 들어가고, 주차가 여의치 않으면 시내버스 정류장이라도 점령하고, 도로가 막히면 교통을 통제해 다른 차들의 운행을 막아야 한다. 워낙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라 시간을 아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모든 이들에게 위계의 힘을 확인시켜주면서 자신의 서열을 만끽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의전 갑질’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슨 행사 때 서열 높은 사람들의 자리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은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다. 행사의 의미나 알맹이는 뒷전으로 밀린 가운데 ‘의전의, 의전에 의한, 의전을 위한’ 행사가 수없이 열리고, 의전 때문에 서열 낮은 수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 기구 중엔 외교부라는 게 있지만, 이는 ‘의전접대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을 정도로 외국을 방문하는 국내 권력 엘리트 수발 드느라 바쁘다. “대사는 국회의원 의전 요원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해야 할 정도로, 대사가 국회의원 의전 요원이라는 건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국회의원들이 자주 가는 유럽 국가의 경우, 대사는 해마다 100여차례 한국 손님을 맞느라 “외교관 업무의 절반 이상이 접대”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의전을 즐기는 데엔 민관의 구분도 없다.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느 재벌기업의 프랑스 법인장을 지낸 프랑스인이 쓴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은 사실상 ‘의전에 미친 한국인’에 대한 고발서다. 하지만 한국에선 입신양명에 성공한 엘리트의 삶의 의미와 보람은 의전에서 나오는 걸 어이하랴. 보통사람들마저 그걸 흉내내 결혼식과 장례식의 허례허식을 버리지 못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서열에 집착해 자신보다 낮은 서열에 속한 대학의 학생들을 폄하한다.
의전 권력에 중독된 의전 대통령이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게 아니다. 범국민적으로 자신의 서열을 지키기 위한 욕망과 그 상징인 의전에 미쳐 돌아가는 토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겨 그의 죄악에 면죄부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높은 서열이 주는 특혜와 특권만 누리고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는 엘리트 집단의 서열중독증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촛불의 일상화는 그런 망국적 행태를 흉내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이야기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