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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말고 다른 어느 선진국도 일본처럼 막말을 반복해 상처를 들쑤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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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3. 07:22
일본에서 장사하는 한국 기업인이 늘 고마워하는 사람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다. 그는 자민당 주요 파벌을 이끄는 11선 의원으로, 1990~2000년대 오부치·고이즈미·후쿠다 총리 밑에서 주요 각료를 지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신임도 탄탄하다.
그런 사람이 한·일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몸 사리지 않고 '한국과 잘 지내자'는 목소리를 내주니 든든하다는 한국인이 많았다. 그가 지난 10일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15년 봄에도 니카이 간사장은 관광업계 관계자 등 1400명을 이끌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당시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언제까지 사죄해야 하느냐"는 말로 박수를 받고 있었다. 그가 곧 새 담화를 발표해, 과거사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덮어쓰기' 할거라고 많은 사람이 내다봤다. 니카이 간사장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외교에 지속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아베 총리를 겨냥해 '당신 개인 소신이 어떻든,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과거 담화를 뒤엎지 마라'고 쐐기를 박는 충언이었다.
그래서 니카이 간사장이 '한·일 관계 잘해보자'는 아베 총리의 친서를 들고 한국에 왔을 때 많은 사람이 기대했다. 정작 그는 '간계'라는 한마디로 찬물을 확 끼얹었다. 물론 발언 전체를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이해가 간다. 니카이 간사장은 10일 목포에서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나 "한·일을 이간질하려는 사람이 소수지만 한국에도, 일본에도 있다. 간계를 꾸미는 한 줌의 무리를 박멸해가자"고 했다.
그는 아마 '한·일 양쪽의 극단주의자들을 빼고, 합리적인 사람들끼리 협력해나가자'고 말하려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공로를 보면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래도 '간계'라는 말은 한국인의 명치에 묵직하게 걸렸다. 한국이 과거사를 곱씹는 건 과거사가 한국에 남긴 상처가 그만큼 크고 깊고 끔찍해서다. 그에 대해 사죄를 요구하는 걸 옆 나라에 침 뱉는 일로 먹고사는 일본 우익과 동급으로 놓고 똑같이 '간계'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합리적인 한국인이 일본에 정떨어지는 게 이런 순간이다.
니카이 간사장이 쓴 말 '간계'의 원문은 '와루다쿠미(惡巧み)'로, 최근 30년간 외교 무대에서 일본 정치인이 이 단어를 쓴 전례가 없다. 일본 언론이 이 단어를 쓰는 건 두 가지 경우다. '주인공이 악당의 간계를 물리치고…' 하는 식으로 영화·연극 줄거리를 설명할 때와 문제를 일으킨 악덕업자가 "간계를 꾸밀 뜻은 없었사오나…"라고 해명할 때다. 해충 말고 사람에게 '박멸'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경찰이 "파렴치범 박멸하겠다"고 다짐할 때 말고는 없다. 2015년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일본인 인질을 잡고 협박할 때, IS한테도 안 썼던 단어다.
"인도를 400년 지배한 영국도 인도에 정식으로 사죄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일본 지식인이 간간이 있다. '그와 달리 일본은 이미 몇 번씩 사죄했건만, 한국은 그때마다 더한 사죄를 요구한다'는 불만이 행간에 스며 있다. 그에 대해선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일본이 사죄한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고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말고 다른 어느 선진국도 일본처럼 막말을 반복해 상처를 들쑤시지 않는다.
니카이 간사장은 발언에 좀 더 신중해야 했다. 일본은 한국이 과거에 집착한다고 비판하지만, 한국이 과거를 못 잊는 큰 원인이 바로 이런 우행(愚行)에 있다.
그런 사람이 한·일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몸 사리지 않고 '한국과 잘 지내자'는 목소리를 내주니 든든하다는 한국인이 많았다. 그가 지난 10일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15년 봄에도 니카이 간사장은 관광업계 관계자 등 1400명을 이끌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당시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언제까지 사죄해야 하느냐"는 말로 박수를 받고 있었다. 그가 곧 새 담화를 발표해, 과거사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덮어쓰기' 할거라고 많은 사람이 내다봤다. 니카이 간사장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외교에 지속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아베 총리를 겨냥해 '당신 개인 소신이 어떻든,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과거 담화를 뒤엎지 마라'고 쐐기를 박는 충언이었다.
그래서 니카이 간사장이 '한·일 관계 잘해보자'는 아베 총리의 친서를 들고 한국에 왔을 때 많은 사람이 기대했다. 정작 그는 '간계'라는 한마디로 찬물을 확 끼얹었다. 물론 발언 전체를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이해가 간다. 니카이 간사장은 10일 목포에서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나 "한·일을 이간질하려는 사람이 소수지만 한국에도, 일본에도 있다. 간계를 꾸미는 한 줌의 무리를 박멸해가자"고 했다.
그는 아마 '한·일 양쪽의 극단주의자들을 빼고, 합리적인 사람들끼리 협력해나가자'고 말하려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공로를 보면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래도 '간계'라는 말은 한국인의 명치에 묵직하게 걸렸다. 한국이 과거사를 곱씹는 건 과거사가 한국에 남긴 상처가 그만큼 크고 깊고 끔찍해서다. 그에 대해 사죄를 요구하는 걸 옆 나라에 침 뱉는 일로 먹고사는 일본 우익과 동급으로 놓고 똑같이 '간계'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합리적인 한국인이 일본에 정떨어지는 게 이런 순간이다.
니카이 간사장이 쓴 말 '간계'의 원문은 '와루다쿠미(惡巧み)'로, 최근 30년간 외교 무대에서 일본 정치인이 이 단어를 쓴 전례가 없다. 일본 언론이 이 단어를 쓰는 건 두 가지 경우다. '주인공이 악당의 간계를 물리치고…' 하는 식으로 영화·연극 줄거리를 설명할 때와 문제를 일으킨 악덕업자가 "간계를 꾸밀 뜻은 없었사오나…"라고 해명할 때다. 해충 말고 사람에게 '박멸'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경찰이 "파렴치범 박멸하겠다"고 다짐할 때 말고는 없다. 2015년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일본인 인질을 잡고 협박할 때, IS한테도 안 썼던 단어다.
"인도를 400년 지배한 영국도 인도에 정식으로 사죄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일본 지식인이 간간이 있다. '그와 달리 일본은 이미 몇 번씩 사죄했건만, 한국은 그때마다 더한 사죄를 요구한다'는 불만이 행간에 스며 있다. 그에 대해선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일본이 사죄한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고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말고 다른 어느 선진국도 일본처럼 막말을 반복해 상처를 들쑤시지 않는다.
니카이 간사장은 발언에 좀 더 신중해야 했다. 일본은 한국이 과거에 집착한다고 비판하지만, 한국이 과거를 못 잊는 큰 원인이 바로 이런 우행(愚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