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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는 역사 강의

오리지널마인드 2017. 5. 10. 10:31
서구 민주주의 근간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자연권 사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운 최초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영국 식민지였다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인간에게 부여했으며, 여기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 권리가 포함된다"는 '독립선언서'(1776년)에 입각해 탄생한 아주 예외적인 국가다.

미국 예외주의는 양면성을 갖는다. 내부적으론 세계 일등의 민주 국가가 됐지만, 밖으론 미국 우월주의로 변용돼 패권 국가로 나아가게 했다. 이 둘 사이 모순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양사의 모범이 되는 아테네와 로마 모두 공화국 시민의 자유와 제국의 패권 사이 모순 때문에 멸망했다. 내부의 건전한 시민적 덕성을 토대로 성립한 공화국이 강대해져 외부로 팽창해 제국이 되면 시민 정신이 타락해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존스홉킨스 대학 포칵(Pocock) 명예교수는 그런 공화정의 문제점을 통찰한 선구자가 마키아벨리라고 보고, 그 전환의 순간을 '마키아벨리언 모멘트'라고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8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미국 혼자선 세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미국 없인 세계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해야 하는 특별한 나라다. 이 특별한 나라에서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제국으로서 미국 역할은 끝내고 미국 우선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당선되자마자 이민 국가 미국의 정체성을 지우는 조처를 단행했다. 국내 시민의 부와 행복을 위해 문을 닫고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올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걸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그는 중국과 거래할 지렛대로 북핵 문제를 이용한다. 이 거래에서 한국은 배제돼 있다. 오늘 마침내 한국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가 등장한다. 최우선 과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일이다. 시진핑 주석은 잘못된 한국사를 강의했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뇌한 민주공화정과 제국 사이 모순에 대해 통찰하는 '마키아벨리언 모멘트'에 대한 품격 높은 역사 강의를 해야 한다. 미국의 건국이념에 입각한 한·미 동맹이 미국이 처한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길임을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