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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상상력이 세계 젊은이가 무얼 목말라 하는지 가장 먼저 알아채고 있는 것같다

오리지널마인드 2017. 11. 27. 14:01
올 3월 TV조선에서 방탄소년단을 봤다. '아이돌 잔치'라는 프로그램에 여럿이 함께 나왔다.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을 낸 참이었는데,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했다. 미국에서 나서 영어로 노래하는 가수도 빌보드 차트 근처에 못 가보는 경우가 태반이다. 방탄소년단은 농담과 애교와 춤사위가 버겁고 신기하면서도 흥이 났다. 평소 화려했던 '칼 군무'를 눈 감고 해보라니까 허둥댔다. 관객이 즐거워했다.


▶두 달 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상을 탔다. 말춤을 추며 '강남 스타일'을 부른 싸이가 4년 전 탔던 상이다. 한국 가수로는 두 번째, 아이돌 그룹으로는 처음이었다. 대개 음악상은 여러 부문으로 나눠 주는데,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이었다. 노래에 사회적 주제를 녹여내면서 팬들과 소통에도 남달랐다는 뜻이다. 1990년대 서태지나 HOT가 불렀던 반항적·참여적·시대적 터치를 떠올리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시사 주간 타임이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도 뽑혔다. 트럼프 대통령, '해리포터' 작가 조앤롤링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가을에는 앨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가 '빌보드 200' 7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얼마 전 미국 3대 음악상 시상식인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축하 공연 무대에 이들이 섰다. 미국 TV 방송들이 앞다퉈 모셔갔고, 올 연말 특집에도 화려하게 편성돼 있다.


▶'미 대륙을 강타한 세계적 수퍼 스타'의 인기를 실감하려면 공연 영상을 잠깐 곁눈질하면 된다. 수천 관객이 'BTS'를 연호하며 발을 구르고, 감동과 흐느낌이 언어의 벽을 넘어 거대한 회오리를 이어간다. 트위터 팔로어는 1000만을 넘고, 지난 3년 유튜브 조회는 52억을 넘는다. 이들은 '흙수저 아이돌'로 불린다. SM· JYP·YG 같은 빅 스리 기획사 소속이 아니다. 연습생 때 '미래가 불투명해서 먹고는 살겠나' 걱정했다고 한다.


▶이들은 소통을 중하게 여긴다. 소셜 미디어도 멤버 각자 계정이 아니라 팀으로 꾸린다. 대기실이나 숙소에서 겪는 자잘한 일상을 올린다. 또래들에게 들려주는 성장 소설 같다. 사랑이 아니라 고민과 방황을 담는다. 이름부터 사회적 편견의 총알을 막아낸다는 '방탄(防彈)'이다. '바닥에서 시작해 지금까지'를 보여주는 음악이다. 이런 한류 상상력이 세계 젊은이가 무얼 목말라 하는지 가장 먼저 알아채고 있는 것같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