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뚜기
좋은글신(God)과 식품 기업 오뚜기를 합성한 '갓뚜기'가 열풍이다. 기름을 부은 건 청와대였다. 국내 1~14위 기업 총수들을 모아 간담회를 하면서 100위권 밖인 오뚜기도 불렀다. 그동안 '착한 기업' 이미지를 잘 관리하면서 정규직 고용과 상속세 성실 납부 등 평판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1969년 창업한 오뚜기가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쯤부터였다. 인터넷에서 "진짬뽕 라면 불량을 고객센터에 신고했더니 사과 편지와 함께 제품을 박스째 보내줬다"는 글이 화제를 불렀다. 그 뒤 "내게도 그랬다"는 비슷한 경험담이 줄을 이으면서 이런저런 찬사와 칭송이 급속히 번졌다. "상속세를 정직하게 납부했다" "라면 값을 9년째 올리지 않고 있다" "시식 서비스 담당 직원들도 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심장병 어린이 돕기와 장애인 복지재단 기부 등 갖가지 선행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복지 사업만 하진 않는다. 기업 활동은 결국 이윤 창출이란 고지를 향하기 때문이다.
오뚜기도 그 고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애드리치(광고회사),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라면 등 오뚜기 계열사 12곳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뚜기는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지 않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공정위는 2012년 오뚜기를 비롯한 라면업체들에 가격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했다.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받긴 했지만 오뚜기는 이전 10년간 다른 라면업체들과 발을 맞춰 값을 올렸다. 이에 앞서 2011년엔 대리점들에 할인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다가 과징금 6억5000만원을 부과받은 일도 있다. 오뚜기 계열사들은 배당에 후하기로 유명한데 대부분 창업주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게 함정이다.
상속세를 제대로 납부한 회사가 오뚜기만 있는 건 아니다. 신세계 등 다른 기업 사례도 많다. 시식 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두는 건 CJ·농심·대상 등 다른 식품업체도 마찬가지다. 라면 값을 올리지 않은 건 착해서라기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저가(低價)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초청 대상에도 거론되지 않던 오뚜기를 부른 건 기업 선행을 격려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예외를 둔 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일부 이미지에 사로잡혀 기업을 착하거나 착하지 않거나 식으로 인격화해 구분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든 이윤 추구를 하는 게 본질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한다. 그날 말은 못 했겠지만 오뚜기도 불편하고 다른 기업들도 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1969년 창업한 오뚜기가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쯤부터였다. 인터넷에서 "진짬뽕 라면 불량을 고객센터에 신고했더니 사과 편지와 함께 제품을 박스째 보내줬다"는 글이 화제를 불렀다. 그 뒤 "내게도 그랬다"는 비슷한 경험담이 줄을 이으면서 이런저런 찬사와 칭송이 급속히 번졌다. "상속세를 정직하게 납부했다" "라면 값을 9년째 올리지 않고 있다" "시식 서비스 담당 직원들도 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심장병 어린이 돕기와 장애인 복지재단 기부 등 갖가지 선행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복지 사업만 하진 않는다. 기업 활동은 결국 이윤 창출이란 고지를 향하기 때문이다.
오뚜기도 그 고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애드리치(광고회사),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라면 등 오뚜기 계열사 12곳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뚜기는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지 않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공정위는 2012년 오뚜기를 비롯한 라면업체들에 가격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했다.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받긴 했지만 오뚜기는 이전 10년간 다른 라면업체들과 발을 맞춰 값을 올렸다. 이에 앞서 2011년엔 대리점들에 할인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다가 과징금 6억5000만원을 부과받은 일도 있다. 오뚜기 계열사들은 배당에 후하기로 유명한데 대부분 창업주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게 함정이다.
상속세를 제대로 납부한 회사가 오뚜기만 있는 건 아니다. 신세계 등 다른 기업 사례도 많다. 시식 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두는 건 CJ·농심·대상 등 다른 식품업체도 마찬가지다. 라면 값을 올리지 않은 건 착해서라기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저가(低價)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초청 대상에도 거론되지 않던 오뚜기를 부른 건 기업 선행을 격려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예외를 둔 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일부 이미지에 사로잡혀 기업을 착하거나 착하지 않거나 식으로 인격화해 구분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든 이윤 추구를 하는 게 본질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한다. 그날 말은 못 했겠지만 오뚜기도 불편하고 다른 기업들도 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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