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막지한 중국의 보복을 버텨낸 기업들
좋은글문재인 정부가 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미워한다기보다 정책이 반(反)기업적이다. 최저임금에서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까지 내놓는 정책마다 그랬다. 기업 허리를 휘게 하는 정책이 줄줄이 쏟아졌다. 급기야 대한상의 부회장이 "중소기업 다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할 지경이 됐다.
기업인들을 더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이중성(二重性)이다. 수출이 호전되고 주가가 뛰자 정부는 자기 공인 양 낚아채기 시작했다. 청와대 참모들까지 나서 자화자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을 흔들어 대면서도 생색날 일엔 무임승차를 주저하지 않는다. 국무총리가 경제 부처의 홍보 부족을 질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보통 착각이 아니다. 아무리 살펴도 경제 호전에 이 정부가 기여한 일을 찾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 세계경제가 상승세일 때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기업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수출 호조는 반도체 같은 몇몇 대기업 업종 덕이다. 주가 상승 역시 반도체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를 빼면 주가는 1년 전 수준이다. 수출도 주가도 '삼성전자 착시(錯視)'가 크다.
이 정권이 삼성 총수를 잡아넣으려 애썼다는 것 역시 비밀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와중에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것이 청와대다. 카메라 불러 TV 생중계까지 하며 요란 떨었다. 이 부회장에게 5년형이 선고되자 여당 대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난했다. 그랬던 정부·여당이 삼성전자가 이룬 성과엔 군말 없이 올라타고 있다. 기업 때리는 정권이 기업 덕을 보려 하고 있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박수현 대변인. /뉴시스
우리가 누리는 반도체 패권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2000년대 혹독한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았기에 가능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경쟁자를 하나둘씩 쓰러뜨리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두 기업의 경영진과 근로자, 협력업체들이 죽기 살기로 버틴 결과였다. 그 성과를 지금 한국 경제가 맛보고 있다.
우리는 기업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5000억달러를 수출했다. 10만 기업이 237국에 9100가지 품목을 팔았다. 어느 품목, 어느 시장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수출 호황은 그냥 찾아온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처절하게 이뤄낸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글로벌 시장은 총탄이 날아다니는 기업의 전쟁터다. 중국이 사드 보복 대상으로 찍은 것도 우리 기업이었다. 기업 숨통을 조여 한국 정부 항복을 얻어내려 했다. 롯데마트와 현대차가 몰매 맞고 여행 업계가 쑥대밭 됐다. 그 힘든 시기를 기업들은 묵묵히 버텨냈다. 어떤 기업도 사드 배치에 항의하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한국 정부를 탓하지도 않았다. 국가 안보야말로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15개월 만에 보복을 풀자 정부는 외교 승리라고 자평했다. 진짜 공로자는 기업들이다. 어떤 중국 매체는 '적군 1000명 죽이는 데 아군 800명이 죽었다'고 썼다. 한국 못지않게 중국의 경제 손실이 컸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무너졌다면 중국은 더 큰소리쳤을 것이다. 무지막지한 보복을 버텨낸 기업들이 중국의 계산을 빗나가게 했다. 기업들의 전략적 인내력에 우리는 눈물겹도록 고마워해야 한다.
엊그제 방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 기적을 격찬했다. 그 기적을 만든 것 또한 기업이었다. 수많은 '정주영'과 '이병철'이 배를 짓고 TV 팔아 최빈국의 한계를 돌파했다. 온 국민이 뿜어낸 국가적 에너지가 기업을 통해 세계로 뻗어갔다.
한국 하면 세계인은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 쏘나타부터 연상한다. JYP나 YG의 한류 스타를 떠올리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때 환대받은 것도 한국 기업 힘이 컸다. 기업은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국가 자산이다.
제대로 된 모든 나라가 기업을 존중하고 소중히 대한다. 중국 공산당마저 당 지침에 '기업가 정신'을 명시했다. 그 예외가 우리다. 언제부턴가 '친(親)기업'을 말하면 구시대 '적폐' 취급당하는 분위기가 됐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을 혼내줬다" 하고, 국정기획위원장이 대기업을 "기득권"으로 몰아붙인다. 정책은 일방적인 노동 편향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키울 규제 철폐며 노동 개혁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 그렇게 기업 목줄을 죄면서 경제가 살아나는 기적을 바라고 있다.
중견 철강업체에 다닌다는 독자 사연이 조선일보 독자센터에 들어왔다. "미국이 철강 관세율의 바위를 던져대고 있습니다. 우리 임직원 300명이 맞서 싸우는 모습은 처절하기만 합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입니다. 제발 정부가 도와주십시오."
이 순간에도 나라 밖에선 우리 기업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따뜻한 시선이 간절한 곳이 이 업체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기업인들을 더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이중성(二重性)이다. 수출이 호전되고 주가가 뛰자 정부는 자기 공인 양 낚아채기 시작했다. 청와대 참모들까지 나서 자화자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을 흔들어 대면서도 생색날 일엔 무임승차를 주저하지 않는다. 국무총리가 경제 부처의 홍보 부족을 질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보통 착각이 아니다. 아무리 살펴도 경제 호전에 이 정부가 기여한 일을 찾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 세계경제가 상승세일 때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기업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수출 호조는 반도체 같은 몇몇 대기업 업종 덕이다. 주가 상승 역시 반도체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를 빼면 주가는 1년 전 수준이다. 수출도 주가도 '삼성전자 착시(錯視)'가 크다.
이 정권이 삼성 총수를 잡아넣으려 애썼다는 것 역시 비밀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와중에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것이 청와대다. 카메라 불러 TV 생중계까지 하며 요란 떨었다. 이 부회장에게 5년형이 선고되자 여당 대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난했다. 그랬던 정부·여당이 삼성전자가 이룬 성과엔 군말 없이 올라타고 있다. 기업 때리는 정권이 기업 덕을 보려 하고 있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박수현 대변인. /뉴시스
우리가 누리는 반도체 패권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2000년대 혹독한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았기에 가능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경쟁자를 하나둘씩 쓰러뜨리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두 기업의 경영진과 근로자, 협력업체들이 죽기 살기로 버틴 결과였다. 그 성과를 지금 한국 경제가 맛보고 있다.
우리는 기업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5000억달러를 수출했다. 10만 기업이 237국에 9100가지 품목을 팔았다. 어느 품목, 어느 시장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수출 호황은 그냥 찾아온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처절하게 이뤄낸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글로벌 시장은 총탄이 날아다니는 기업의 전쟁터다. 중국이 사드 보복 대상으로 찍은 것도 우리 기업이었다. 기업 숨통을 조여 한국 정부 항복을 얻어내려 했다. 롯데마트와 현대차가 몰매 맞고 여행 업계가 쑥대밭 됐다. 그 힘든 시기를 기업들은 묵묵히 버텨냈다. 어떤 기업도 사드 배치에 항의하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한국 정부를 탓하지도 않았다. 국가 안보야말로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15개월 만에 보복을 풀자 정부는 외교 승리라고 자평했다. 진짜 공로자는 기업들이다. 어떤 중국 매체는 '적군 1000명 죽이는 데 아군 800명이 죽었다'고 썼다. 한국 못지않게 중국의 경제 손실이 컸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무너졌다면 중국은 더 큰소리쳤을 것이다. 무지막지한 보복을 버텨낸 기업들이 중국의 계산을 빗나가게 했다. 기업들의 전략적 인내력에 우리는 눈물겹도록 고마워해야 한다.
엊그제 방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 기적을 격찬했다. 그 기적을 만든 것 또한 기업이었다. 수많은 '정주영'과 '이병철'이 배를 짓고 TV 팔아 최빈국의 한계를 돌파했다. 온 국민이 뿜어낸 국가적 에너지가 기업을 통해 세계로 뻗어갔다.
한국 하면 세계인은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 쏘나타부터 연상한다. JYP나 YG의 한류 스타를 떠올리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때 환대받은 것도 한국 기업 힘이 컸다. 기업은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국가 자산이다.
제대로 된 모든 나라가 기업을 존중하고 소중히 대한다. 중국 공산당마저 당 지침에 '기업가 정신'을 명시했다. 그 예외가 우리다. 언제부턴가 '친(親)기업'을 말하면 구시대 '적폐' 취급당하는 분위기가 됐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을 혼내줬다" 하고, 국정기획위원장이 대기업을 "기득권"으로 몰아붙인다. 정책은 일방적인 노동 편향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키울 규제 철폐며 노동 개혁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 그렇게 기업 목줄을 죄면서 경제가 살아나는 기적을 바라고 있다.
중견 철강업체에 다닌다는 독자 사연이 조선일보 독자센터에 들어왔다. "미국이 철강 관세율의 바위를 던져대고 있습니다. 우리 임직원 300명이 맞서 싸우는 모습은 처절하기만 합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입니다. 제발 정부가 도와주십시오."
이 순간에도 나라 밖에선 우리 기업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따뜻한 시선이 간절한 곳이 이 업체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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