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에게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는 형벌로 따지면 사형 선고"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주지 않은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7년간 대출 제한 등 불이익까지 주겠다고 한다. 신용불량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최저임금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액 상습 임금 체불에 적용하던 것인데 최저임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 처벌을 하고 있는데 명단 공개까지 추가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따라오지 못하면 형사처벌 외에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불량으로 만들겠다니 당하는 사람들에겐 날벼락이 따로 없다. 고용노동부는 논란이 일자 "명단 공개는 유죄 확정 경우에만 하겠다. 숫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는 형벌로 따지면 사형 선고"라고 했다.

최저임금을 법대로 올려줄 형편이 안 되는 영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범법자가 되거나, 직원과 종업원을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도 아니면 물건값이나 요금을 올려야 한다. 올릴 수 있으면 벌써 올렸을 것이다. 아예 공장이나 가게 문을 닫는 곳도 있을 것이다. 전국에 이런 처지로 내몰릴 음식점이 1만4000여 곳이라고 한다. 이·미용실은 1만1000여 곳, 주유소도 460여 곳에 달한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9인 이하 사업장에 70%가 몰려 있다. 최저임금을 갑자기 많이 올려버리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업주들이 양산된다. 출구를 열어주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이면 사달이 난다.

이렇게 윽박지르면서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준다며 온갖 대책을 낸다. 대통령은 어제 중소·벤처기업인, 소상공인 대표 26명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소상공인 정책 자금 우대와 같은 추가 대책을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국민 세금 3조원을 지원한다고 했고, 며칠 전에는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정책 자금 지원을 꺼냈다. 이게 끝이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