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가 관객 1100만명을 돌파
좋은글영화 ‘신과함께’가 관객 1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상상력에다 효·모정 같은 게 잘 버무려졌다. 다만 옥에 티가 있다. 관심병사 원동연(디오 분)이 목숨을 끊는 장면이다. 원 일병이 밧줄에 매달린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끔찍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장면이 짧아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할지 모른다. 역으로 그 정도 비중이라면 그렇게 세밀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든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오해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드라마·웹툰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SBS에 방영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남홍주(수지 분)가 교통사고 가해자로 몰리자 옥상에서 투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튜브의 이 영상은 9만여 명이 조회했다. 서강대 유현재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2015년 8월~2016년 8월 공중파 방송 3사의 오후 9~12시 드라마 70편을 조사했더니 48편에 110회의 극단적 선택 장면이 나왔다. 웹툰 10개에도 40회가 들어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런 게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 영역이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하나 그리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5년째 1위다. 회원국 평균의 2.2배다. 노인은 3배다.
신과함께는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 중에서 압도적 1위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 꺼림칙하다. 오스트리아 학자 베네딕트 틸의 연구에 따르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영화 속 인물에 감정 이입해서 모방하게 된다고 한다. 유현재 교수의 드라마·웹툰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신과함께에서 원 일병은 자신을 아끼던 김수홍 병장에게 실수로 총을 발사해 거의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감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현재 교수는 “결백을 주장하거나 죄를 용서받기 위한 방편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식으로 가치를 부여하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뉴스 보도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있다. 덕분에 선정적 보도가 꽤 많이 줄었다. 영화·드라마·웹툰에도 자율적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앙일보-
그 장면이 짧아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할지 모른다. 역으로 그 정도 비중이라면 그렇게 세밀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든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오해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드라마·웹툰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SBS에 방영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남홍주(수지 분)가 교통사고 가해자로 몰리자 옥상에서 투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튜브의 이 영상은 9만여 명이 조회했다. 서강대 유현재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2015년 8월~2016년 8월 공중파 방송 3사의 오후 9~12시 드라마 70편을 조사했더니 48편에 110회의 극단적 선택 장면이 나왔다. 웹툰 10개에도 40회가 들어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런 게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 영역이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하나 그리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5년째 1위다. 회원국 평균의 2.2배다. 노인은 3배다.
신과함께는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 중에서 압도적 1위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 꺼림칙하다. 오스트리아 학자 베네딕트 틸의 연구에 따르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영화 속 인물에 감정 이입해서 모방하게 된다고 한다. 유현재 교수의 드라마·웹툰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신과함께에서 원 일병은 자신을 아끼던 김수홍 병장에게 실수로 총을 발사해 거의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감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현재 교수는 “결백을 주장하거나 죄를 용서받기 위한 방편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식으로 가치를 부여하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뉴스 보도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있다. 덕분에 선정적 보도가 꽤 많이 줄었다. 영화·드라마·웹툰에도 자율적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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