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중국의 갑질 '중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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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 방어용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국내 배치를 제재하기 위한 중국의 온갖 치졸한 경제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인하든 말든 국가 체제상 정부의 공식, 비공식 지시와 가이드라인 없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2001년 가입 후 중국 경제의 대도약의 발판이 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위반이다. 게다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초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하고 세계화의 지속을 위해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 안 돼 일어난 일이라 더욱 놀랍다. 필자는 지난번 이 칼럼(2월 8일자)에서 지적한 내용대로 시진핑의 다보스 수사가 현실로 이어지리라고 보지 않았다. 중국 지도층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어느 외국 전문가는 “시진핑의 보기 좋은 다보스 사진이 중국이 지향하는 ‘보기 추한 방향’을 숨기지는 못할 것”이라고까지 혹평한 바 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중국이 지향하는 국가 목표는 무엇이며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미국 워싱턴의 국제경제 분야의 정책 입안과 여론 지도층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어느 시사잡지는 최근 중국의 세계를 향한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에 대한 최고 전문가 30여 명의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예상한 대로 아직 중국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그들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전략적 의도다. 그것은 시진핑이 내건 중국몽(中國夢), 즉 과거 중국(Middle Kingdom)의 영광을 되찾고, 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지역 질서를 이룩하겠다는 목표라고 봐야 한다. 중국과 주변국 간에 과거와 같은 조공 관계의 지역 질서는 아니더라도 중국 중심의 지정학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제사회에 비이성적으로 비춰지며 중국 지도자의 모순된 행태마저 보여주는 일을 서슴지 않는 것은 지역 중심국의 의사에 반하는 주변국을 길들여 새로운 지역 질서를 만들어 내겠다는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갑(甲)질인 ‘중국질’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이미 중국 경제는 세계 속의 비중이 15%에 이른다. 머지않아 현재 25% 수준에 있는 미국 경제를 앞서게 될 것(구매력 평가 기준에선 이미 미국을 앞서 있음)이며, 군사력 또한 크게 성장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점점 더 그 힘이 커짐에 따라, 이 지역 내에서의 중국질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중국 중심의 지역 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은 경제적 힘을 지렛대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도 중국이 ‘현금과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주변국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려는 측면임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고도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이웃효과’를 최대한 누려왔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중국은 우리 기업 투자가 제일 많은 나라가 됐다.
 
앞으로 중국질이 점점 심해질 것에 대비해 우리는 좀 더 긴 안목에서 전략적 접근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난 일이지만 사드 문제만 해도 이러한 차원의 안목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우리 국민과는 말할 것도 없고)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질은 우선 국제사회에 중국의 치사한 모습을 알리고, WTO에 제소하는 등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주요 2개국(G2)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넘보는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자국 이미지 실추를 물론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번 사드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국가발전의 전략적 차원에서 무역과 투자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나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 지역의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를 포함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무역, 투자뿐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중국보다 항상 앞서가는 분야를 창출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