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드론: 이제 우리의 눈은 나의 신체를 떠나 하늘을 비행하며 새로운 감각의 경험을 축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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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살구빛 바탕 위에 자동차가 한 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6분 남짓한 시간 동안 자동차는 시속 60㎞의 속도로 도로를 달린다. 산길을 넘어 터널을 통과하고, 주택가, 공원, 개발단지, 올림픽대로, 다리, 공항을 지난다. 관객은 자동차 바로 위의 하늘에서 자동차가 가로지르는 도시의 납작한 풍경을 내려다보는 중이다.

한때는 절대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이러한 수직 시점의 시선에 우리는 어느덧 익숙해졌다. 심지어 이 시점은 완벽하게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끊임없이 발전 중인 기술과 도구 덕분이다. 이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하면서 바라보는 모니터 속 지도의 풍경이기도 하고, 손안의 휴대폰으로 내 위치를 확인하며 지도를 들여다볼 때 만나는 풍경이기도 하다. 혹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구글어스를 켜놓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마주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최성록은 드론으로 수집한 소스와 위성사진을 디지털 회화로 재구성, 편집해 이 풍경을 만들었다. 작가의 감각이 투영된 덕에 모니터로 만나는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지도 속 풍경과는 다른 질감이 두드러진다. 이 작업의 바탕에는 인간이 뉴미디어란 도구를 통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안에서 우리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특히 기계와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깔려 있다. 그는 인간의 ‘시점’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가 인식하는 공간에 대한 의미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에도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눈은 나의 신체를 떠나 하늘을 비행하며 새로운 감각의 경험을 축적하는 중이다. 문제는 기술이 빌려준 ‘시점’의 주체가 정말 ‘나’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두 눈은 풍경 안에 누군가 설정한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