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상이 소리로 가득 차 있고, 그것들이 미적인 음악 속에 편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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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는 일상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하나의 신선한 시선을 제공한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음악가이다. ‘마지막 황제’,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작년에 상영되었던 ‘남한산성’ 등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작업을 했다. 이 영화는 인후암 판정을 받은 후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생긴 삶과 작품 세계의 변화 등을 가까운 거리에서 정밀하게 보여준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상이 소리로 가득 차 있고, 그것들이 미적인 음악 속에 편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상의 소리들을 수집한다. 인파 소리, 숲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낙엽 밟는 소리, 바람 소리 등등. 쓰나미 피해를 입은 해변 마을을 찾아가거나 빙하가 사라지는 북극 지역에 가서 소리를 채집하기도 한다. 심지어 빗소리를 담기 위해 파란 플라스틱 통을 머리에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삶은 한없이 지속될 수 없으며, 또 작고 사소한 수많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그 조각조각들은 모두 가치 있고 고유하다. 비록 그 전부를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일상을 너무 위대한 것으로 여긴다면 비록 하루를 살고 난 후에도 우리의 손아귀에는 아무것도 잡혀 있는 것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허공이나 물을 움켜쥐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또 우리의 일상을 비극적이고 암울한 것으로 여긴다면 역시 아무것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둠을 움켜쥐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일상은 작은 소리들, 빛과 어둠, 단순하거나 복잡한 움직임, 불분명한 것, 원인과 결과, 연락과 주고받음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들이 남긴 사진들과 녹음기에 저장된 음(音)들이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수량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세상에 가득 찬 소리만큼.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움도 그처럼 많다. 
  -중앙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