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중국·북한 같은 공산국가는 민주정치와는 거리가 멀고 시진핑과 김정은 같은 폭압적인 권력자 '개인의 의지'가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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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미국의 힘에 기대어 전쟁을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여기에서 정치학자 마이클 도일이 개진한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결코 전쟁을 치르지 않는다'는 주장을 참고할 만하다. 교육수준이 높고 생활수준이 만족스러운 나라에서는 전쟁을 선포하려는 정당이 권력을 잡기 힘들며, 따라서 민주국가 간에는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반대로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도당이 지배하는 국가는 전쟁에 의지하려는 성향이 훨씬 강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정치 지도자가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이 전쟁 도발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프랑스의 석학 엠마뉘엘 토드는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과두제로 향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국제 정세가 위험에 빠져든다고 했다. 국민 다수가 무심한 사이에 백악관이 무모한 선택을 감행할 우려도 있다. 더더구나 중국·북한 같은 공산국가는 민주정치와는 거리가 멀고 시진핑과 김정은 같은 폭압적인 권력자 '개인의 의지'가 결정적이다. 3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까지 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카스트로는 자기 나라 국민이 전멸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미국에 핵미사일 발사를 밀어붙였었다. 핵무기를 손에 쥔 '대담한 독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미국과 소련 국민 각각 1억 명이 희생될 뻔했던 핵전쟁을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피한 데에는, 백악관 내에서 다양한 견해를 듣고 막후에서 현명하게 외교 협상을 지휘한 케네디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트럼프 행정부에도 이런 안전장치가 존재할까?

우리 민족의 운명이 미국·중국·북한 등의 충동적인 성향 정치 지도자 사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공포감을 자아낸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을 때 과연 합당한 판단을 할까?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30대의 혈기를 누르고 민족의 안위를 앞세워 합리적 결정을 할 것인가?

미국과의 동맹이 우리의 안전 확보에 필수적인 옵션이지만, 국방비 문제를 놓고 '한국이 우리의 친구냐'고 묻는 트럼프 행정부를 예전처럼 무조건 신뢰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비핵화 조치엔 꿈쩍도 않는 북한을 동족이라고 따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어찌하랴, 이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되 그 이전에 무엇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