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자궁이냐!”

좋은글3
2016년 지자체 간 출산율 경쟁을 유도한다고 만든 ‘출산지도’에 여성들이 “우리가 걸어 다니는 자궁이냐!”며 아기 자판기 시위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국책연구기관이 묻지마 결혼과 고학력 여성의 하향결혼을 유도하겠다는 주장을 해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조차도 할 말을 잃습니다.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는 진짜 이유는 무책임으로 외면한 채, 혼인율과 출산율 저하의 책임을 젊은이들 그리고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나는 새에게 여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못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짚신도 제 날이 좋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짚신 바닥을 짜는 세로 날줄이 짚이면 엮어 넣는 씨줄도 같은 짚, 삼줄이면 같은 삼줄로 해야 마찰로 어느 한쪽이 닳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신분과 지위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해야 기울거나 갈등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결혼을 하라 하고, ‘무슨 공부냐, 시집이나 가라’ 하던 1960~1970년대 고루한 부모의 모습이 저 연구에서 읽힙니다. 모든 연구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어쩌면 저 연구는 ‘여성의 하향선택 결혼이 이루어지던 옛 사회 관습’으로 회귀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거라는 가설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경향신문-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