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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우병우, 만사정통, 청와대 핫라인….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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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우병우, 만사정통, 청와대 핫라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하나같이 ‘정찬우를 통하면 금융권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정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에는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운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특검에서 두 차례나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또 있다. 바로 ‘낙하산 인사’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통상 후보자 공모부터 최종 결정까지 2~3개월 걸리지만, 정 이사장은 불과 20일도 안돼 일사천리로 됐다. 무소불위 권력과 속전속결형 거래소 이사장 선임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이란 데 있다.

[기자메모]‘금융계 우병우’ 그리고 낙하산 폐해
하지만 정권 실세는 그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부터 정 이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번지면서 시한부 이사장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더 많아졌다. 지주사 전환이나 기업공개 등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은 많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 이사장이 추진하기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중추적 자리인 거래소 이사장에 계속 낙하산 인사가 앉아왔다는 사실이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한 이후 5대인 정 이사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총회는 거치지만 사실상 추인은 금융위와 정치권에서 하다보니 시장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 되고 거래소의 중립성·독립성 임무마저 상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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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나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고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특검 수사에 따라 정 이사장의 공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희망보다는 한숨 소리가 크게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낙하산이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폐단의 극명한 사례다. 거래소에 더 이상 낙하산 관행이 계속되어선 안된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