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거대한 사용자(Big User), 빅 데이터(Big Data) 그리고 그 둘을 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삼박자를 갖춰야
좋은글최근 에이블씨엔씨 서영필 전 회장을 만났다. 그는 2000년 미샤라는 브랜드를 들고 혜성같이 등장해 화장품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러다 올해 4월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매각 이유를 묻자 그는 "대기업이 모든 것에 손을 댄다. 중견기업이 할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화장품 제조와 유통업을 주도하면서 독립 화장품 회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 때부터 매각 시점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미샤가 온라인에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창업자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 본래 미샤의 탄생지가 뷰티넷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서 전 회장은 뷰티넷 회원들에게 제품 의견을 듣고 가격까지 정하게 했다. 이른바 온라인 고객 참여가 회사 핵심 경쟁력이었다.
서 전 회장이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만든 브랜드를 오프라인으로 옮기자 일반 소비자들도 바로 반응했다. 미샤가 인기를 끌자, 유사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미샤의 온라인 DNA는 쉽게 베끼지 못했다. 미샤는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경영하는 오투오(online to offline) 혁신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기업 공개 이후 미샤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 쪽으로 달려갔다. 대기업과 후발 주자들이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오프라인 매장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탓이다. 다행히 중국 등지에서 한류 바람이 불면서 미샤는 격심한 경쟁 속에서도 잘 버텼다. 그러나 그 사이에 미샤의 온라인 DNA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중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급 브랜드를 추가로 만들고 스타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등 오프라인 마케팅에 많은 돈을 썼다. 뷰티넷도 고객 주도 경영 플랫폼 역할을 못하고 평범한 사이트에 머물렀다. 매각되기 전 에이블씨엔씨는 다른 화장품 회사와 다를 바가 거의 없었다.
미샤가 2012년 7월 1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길거리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중국 샤오미도 미샤처럼 온라인에서 태어났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온라인에 문을 연 지 7년 만에 샤오미를 중국을 대표하는 종합전자회사로 키웠고, 세계시장을 지배할 태세다. 샤오미의 매력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 성능)가 좋은 제품을 계속 출시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30만원대 로봇청소기는 80만원대 국내 전자사 제품보다 인기가 높다.
샤오미가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은 '인터넷 싱킹(Internet Thinking)'이라고 부르는 온라인 DNA다. 샤오미는 판매와 고객 의견 청취를 모두 온라인에서 진행한다. CEO가 한밤중에 고객 목소리에 직접 글을 올릴 정도로 고객 소통에 필사적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속도를 극한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미샤와 샤오미는 디지털 시대 고객의 모든 것을 '측정하고 반응하는 기업'상(像)을 개척한 선구자다. 아울러 그런 경쟁력으로 오프라인까지 지배하는 파괴적 혁신 기업을 상징한다.
세계 산업계에서 똑똑한 기업은 모두 그런 전략을 지향한다. 미국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계를 평정하고 최근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유통망인 홀푸드를 134억달러에 인수해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인터넷에서 DVD를 빌려주는 업체로 출범했던 넷플릭스는 할리우드를 위협할 수 있는 동영상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 둘 다 세계 최고 수준 측정·반응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측정하고 반응하는 기업은 거대한 사용자(Big User), 빅 데이터(Big Data) 그리고 그 둘을 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샤오미는 막대한 투자로 온라인 플랫폼을 그런 수준으로 키웠고, 에이블씨엔씨는 오프라인으로 빠졌다.
디지털 시대 경쟁력 핵심은 고객을 얼마나 모으느냐가 아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고객 욕구를 데이터로 읽고, 알고리즘으로 똑똑하게 분석해서 반응할 수 있느냐다.
-조선일보-
하지만 창업 때부터 매각 시점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미샤가 온라인에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창업자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 본래 미샤의 탄생지가 뷰티넷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서 전 회장은 뷰티넷 회원들에게 제품 의견을 듣고 가격까지 정하게 했다. 이른바 온라인 고객 참여가 회사 핵심 경쟁력이었다.
서 전 회장이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만든 브랜드를 오프라인으로 옮기자 일반 소비자들도 바로 반응했다. 미샤가 인기를 끌자, 유사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미샤의 온라인 DNA는 쉽게 베끼지 못했다. 미샤는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경영하는 오투오(online to offline) 혁신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기업 공개 이후 미샤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 쪽으로 달려갔다. 대기업과 후발 주자들이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오프라인 매장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탓이다. 다행히 중국 등지에서 한류 바람이 불면서 미샤는 격심한 경쟁 속에서도 잘 버텼다. 그러나 그 사이에 미샤의 온라인 DNA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중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급 브랜드를 추가로 만들고 스타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등 오프라인 마케팅에 많은 돈을 썼다. 뷰티넷도 고객 주도 경영 플랫폼 역할을 못하고 평범한 사이트에 머물렀다. 매각되기 전 에이블씨엔씨는 다른 화장품 회사와 다를 바가 거의 없었다.
미샤가 2012년 7월 1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길거리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중국 샤오미도 미샤처럼 온라인에서 태어났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온라인에 문을 연 지 7년 만에 샤오미를 중국을 대표하는 종합전자회사로 키웠고, 세계시장을 지배할 태세다. 샤오미의 매력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 성능)가 좋은 제품을 계속 출시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30만원대 로봇청소기는 80만원대 국내 전자사 제품보다 인기가 높다.
샤오미가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은 '인터넷 싱킹(Internet Thinking)'이라고 부르는 온라인 DNA다. 샤오미는 판매와 고객 의견 청취를 모두 온라인에서 진행한다. CEO가 한밤중에 고객 목소리에 직접 글을 올릴 정도로 고객 소통에 필사적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속도를 극한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미샤와 샤오미는 디지털 시대 고객의 모든 것을 '측정하고 반응하는 기업'상(像)을 개척한 선구자다. 아울러 그런 경쟁력으로 오프라인까지 지배하는 파괴적 혁신 기업을 상징한다.
세계 산업계에서 똑똑한 기업은 모두 그런 전략을 지향한다. 미국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계를 평정하고 최근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유통망인 홀푸드를 134억달러에 인수해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인터넷에서 DVD를 빌려주는 업체로 출범했던 넷플릭스는 할리우드를 위협할 수 있는 동영상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 둘 다 세계 최고 수준 측정·반응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측정하고 반응하는 기업은 거대한 사용자(Big User), 빅 데이터(Big Data) 그리고 그 둘을 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샤오미는 막대한 투자로 온라인 플랫폼을 그런 수준으로 키웠고, 에이블씨엔씨는 오프라인으로 빠졌다.
디지털 시대 경쟁력 핵심은 고객을 얼마나 모으느냐가 아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고객 욕구를 데이터로 읽고, 알고리즘으로 똑똑하게 분석해서 반응할 수 있느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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