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충격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좋은글천하무적 알파고가 은퇴했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지난해 3월부터 중국 커제 9단을 울보로 만든 지난달까지, 1년2개월간의 바둑 고수 행각을 접은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새로운 지식 영역을 개척하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바둑 은퇴를 공표하면서 한 말이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각종 난제를 척척 푸는 ‘범용 AI’의 관문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알파고가 1년2개월간 공식·인터넷 대국에서 거둔 전적은 68승1패다. 압도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올해의 알파고가 지난해의 구형 알파고를 3점 접바둑으로 다룰 정도로 강해졌다는 구글 딥마인드의 주장이다.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수석 과학자의 주장이 이렇다. 진위에 관계없이 기겁할밖에. AI가 프로 최정상급을 압도한 것만도 놀라운데 3점 더 늘었다니, 그것도 1년2개월 만에….
이승현 편집인
놀라운 점은 더 있다. 관련 기술의 발전상이다. AI용 반도체칩이 새로 개발돼 알파고의 크기는 훨씬 작아지고 속도는 더 빨라졌다. 에너지 효율은 10배 이상 향상됐고. 지난 4월 ‘23앤드미’라는 회사가 민간 바이오업체로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개인용 유전자 검사 서비스의 역사를 곱씹게 된다. 인간 유전자 서열을 파악하자는, 시대를 앞서간 제안이 나온 것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빅 사이언스 프로젝트가 추진되던 1984년이다. 그리고 그 숙제가 풀린 것은 2001년이다. 첫 분석까지 투입된 총비용은 미화 30억달러였다. 그렇다면 4월 FDA 허가를 받은 검사 서비스의 단가는 얼마일까. 199달러다. 엄청난 비약이다. 기술적 효율이 1500만배 이상 개선됐다. 알파고 또한 그런 초고속 진화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알파고의 차기 활동 분야는 의학과 공학이라고 한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과 함께 환자를 진단·치료하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해당 산업엔 낭보다. 하지만 그 분야의 기존 인력도 같이 환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려 알파고의 실패나 조기 은퇴를 바랄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고 부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예측을 곱씹게 된다. 천하무적 알파고의 하산(下山)을 보니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절초풍할 미래가 알파고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파는 거칠다. 알파고 은퇴가 공표된 지 3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아득한 옛일로 느껴질 정도다. 어제는 최근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견·신고됐던 북한 무인기가 알고 보니 휴전선에서 약 270㎞ 떨어진 경북 성주군까지 비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공망이 뻥 뚫린 것이니, 나라가 발칵 뒤집히지 않을 수가 없다.
국내 정치 쪽에도 인사청문회, 일자리 추경 등 쟁점이 즐비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제 국회 시정연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또 어떤가.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과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의혹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어쩐지 걱정되는 조합인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도 눈앞이다. 국내외적으로 온통 어수선하니 알파고 충격이 오래 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싹 망각해도 좋은 것일까. 알파고와 함께 올 미래가 인간 생존 양식과 존재 가치를 좌우할 개연성이 농후한데도? 문 대통령이 강조한 ‘좋은 일자리’ 또한 그 흐름에 달려있을 텐데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모든 국가와 국민 운명은 신기술 흐름에 어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알파고 충격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알파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걸게 된다. 청와대는 정책실 산하에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를 신설했다. 미래전략수석이 맡았던 과학기술을 전담하게 한 것이다. 청와대 조직표에서 ‘과학기술’이란 용어가 독립적으로 명시되는 것은, 여권에서도 그렇게 강조하지만 실제로 적잖은 의미가 있다.
-세계일보-
알파고가 1년2개월간 공식·인터넷 대국에서 거둔 전적은 68승1패다. 압도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올해의 알파고가 지난해의 구형 알파고를 3점 접바둑으로 다룰 정도로 강해졌다는 구글 딥마인드의 주장이다.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수석 과학자의 주장이 이렇다. 진위에 관계없이 기겁할밖에. AI가 프로 최정상급을 압도한 것만도 놀라운데 3점 더 늘었다니, 그것도 1년2개월 만에….
이승현 편집인
놀라운 점은 더 있다. 관련 기술의 발전상이다. AI용 반도체칩이 새로 개발돼 알파고의 크기는 훨씬 작아지고 속도는 더 빨라졌다. 에너지 효율은 10배 이상 향상됐고. 지난 4월 ‘23앤드미’라는 회사가 민간 바이오업체로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개인용 유전자 검사 서비스의 역사를 곱씹게 된다. 인간 유전자 서열을 파악하자는, 시대를 앞서간 제안이 나온 것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빅 사이언스 프로젝트가 추진되던 1984년이다. 그리고 그 숙제가 풀린 것은 2001년이다. 첫 분석까지 투입된 총비용은 미화 30억달러였다. 그렇다면 4월 FDA 허가를 받은 검사 서비스의 단가는 얼마일까. 199달러다. 엄청난 비약이다. 기술적 효율이 1500만배 이상 개선됐다. 알파고 또한 그런 초고속 진화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알파고의 차기 활동 분야는 의학과 공학이라고 한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과 함께 환자를 진단·치료하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해당 산업엔 낭보다. 하지만 그 분야의 기존 인력도 같이 환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려 알파고의 실패나 조기 은퇴를 바랄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고 부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예측을 곱씹게 된다. 천하무적 알파고의 하산(下山)을 보니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절초풍할 미래가 알파고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파는 거칠다. 알파고 은퇴가 공표된 지 3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아득한 옛일로 느껴질 정도다. 어제는 최근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견·신고됐던 북한 무인기가 알고 보니 휴전선에서 약 270㎞ 떨어진 경북 성주군까지 비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공망이 뻥 뚫린 것이니, 나라가 발칵 뒤집히지 않을 수가 없다.
국내 정치 쪽에도 인사청문회, 일자리 추경 등 쟁점이 즐비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제 국회 시정연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또 어떤가.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과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의혹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어쩐지 걱정되는 조합인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도 눈앞이다. 국내외적으로 온통 어수선하니 알파고 충격이 오래 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싹 망각해도 좋은 것일까. 알파고와 함께 올 미래가 인간 생존 양식과 존재 가치를 좌우할 개연성이 농후한데도? 문 대통령이 강조한 ‘좋은 일자리’ 또한 그 흐름에 달려있을 텐데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모든 국가와 국민 운명은 신기술 흐름에 어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알파고 충격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알파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걸게 된다. 청와대는 정책실 산하에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를 신설했다. 미래전략수석이 맡았던 과학기술을 전담하게 한 것이다. 청와대 조직표에서 ‘과학기술’이란 용어가 독립적으로 명시되는 것은, 여권에서도 그렇게 강조하지만 실제로 적잖은 의미가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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