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새벽시장의 활기처럼 펄떡이는 에너지

좋은글3
햇수로 5년째 포기하지 않고, 마음 맞는 이들과 체육관까지 차려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간단하다. 외롭지 않아서. 같이 힘드니까 나만 천벌 받는 것 같진 않아서. 그렇게 꼭 운동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로스핏은 ‘박스 플레이’를 기본으로 한다. 박스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크로스핏의 요체다. 전 세계 모든 크로스핏 박스들이 공통적으로 ‘박스 커뮤니티’를 운동 성공의 관건으로 꼽는다. 박스는 누가 바벨을 더 잘 들고, 어떤 사람의 근육이 더 발달되었는가를 겨루는 공간이 아니다. 크로스핏에 있어 박스는 도전이건 실패건 함께 했고, 같이 쓰러졌다가, 맥주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집합적 공간이다.
크로스핏을 처음 시작하고 박스에 가는 게 그냥 좋았다. 제 한 몸 가눌 길이 묘연해 쓰러지는 느낌도 물론 좋았고, 기행에 가까울 정도로 운동 잘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그것보다는 새벽시장의 활기처럼 펄떡이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유약한 일상에 뭔가 당당한 존재감이 불어넣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취했던 것 같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는 한참 뒤의 문제고, 박스에 간다는 사실 그 자체에 고무됐다. 뭐랄까, 공간의 취향이 그대로 나의 활기로 전환되는 것 같았달까. 물론, 그 마음 맞는 사람들과 ‘운동장’을 차리는 건 돈이 제법 들었지만.(계속)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