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는 뜻의 '라곰(l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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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밴드 아바(ABBA), 카사블랑카의 여주인공 금발 미녀 잉그리드 버그먼, 추억 속 동화 말괄량이 삐삐…. 예술과 문화의 나라 스웨덴은 패션에 뛰어난 감각을 보이는 이른바 '패션 피플'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패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뉴욕·파리·밀라노·런던 같은 패션 중심 도시도 아닌 스웨덴이라니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따뜻함으로 어필하는 북유럽 감성의 스웨덴 패션 브랜드들이 지금 패션 시장에서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잘 알려진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뿐 아니라 의상·건축·인테리어 등 창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아크네 스튜디오', 트렌드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예술과 건축물 디자인 분야에서 구조적인 영감을 받는다는 '코스(COS)'까지 스웨덴 패션은 패션을 한 영역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스웨덴을 내세우지 않고도, 굳이 패션을 강조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하나의 삶으로 그들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스웨덴 패션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에는 자연주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북유럽 감성의 모던한 '미니멀리즘'이 있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공유하며 자연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고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하며 모던함을 잃지 않는 것이 스웨덴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하겠다.

자연에서부터 영감을 받아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는 뜻의 '라곰(lagom)'은 스웨덴 사람들의 중요한 철학이자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근간이 된다. 덜어내고 비워내면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복잡하고 바쁘게 살아가느라 지친 많은 현대인이 단순함을 갈망하고 있다. 스웨덴 스타일 미니멀리즘의 인기는 이런 갈증과 소망이 투영된 현상 아닐까.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