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의 남한 지역은 유량 감소와 용수 부족, 수질 악화, 염해 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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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수질 악화가 심상치 않다. 10년 전보다 BOD와 TP(총인) 수치가 50% 정도 나빠지면서 파주시는 관내 임진강 물 대신 60㎞ 떨어진 팔당댐 물을 끌어다 수돗물로 사용할 계획이다. 주된 이유는 임진강 상류 북한 지역에서 유입되는 깨끗한 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북한 황강댐이 2009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면서 남한으로 유입되는 유량이 30%나 감소해 하천 유지에 필요한 물 부족이 심각하다. 향후 1~2년 내에 북한 지역에 모두 10여개의 댐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한 지역의 물 부족과 수질 악화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그간 치산치수, 관개혁명 등의 구호 아래 많은 댐과 저수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관리 능력은 부족해 수자원 상황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식수 부족과 홍수 피해 증가, 발전 감소 등으로 주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남한이 전체 전력의 1.5%를 수력에 의존하는 반면, 북한은 63%를 수력발전에 의존한다. 그런데 열악한 전력 수급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물길을 변경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에 치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진강과 북한강 등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의 남한 지역은 유량 감소와 용수 부족, 수질 악화, 염해 등을 겪고 있다. 북한강은 상류에 2001년 준공된 임남댐으로 물길이 변경되면서 하류 남한의 화천댐 유입량이 연평균 17억t 감소해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를 책임지는 팔당댐의 안정적 물 공급이 우려된다.

북한에 댐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국과 캐나다는 컬럼비아강을 공동 개발해 상호 혜택을 보고 있다. 우리도 댐 건설 입지가 좋은 북한에 남한의 기술과 자본으로 댐을 건설하고 전력은 북한이, 물은 남북한이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세워야 한다. 더 나아가 남한의 잉여 전력을 북한에 공급함으로써 북한의 수력발전 필요성을 줄이면 남한에 좀 더 많은 물을 보낼 수 있게 돼 수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통일 인프라 조성에 기여하는 효과도 클 것이다.

북한 지역의 댐과 저수지, 수리 시설은 노후화가 심각해 건설된 지 40년 이상 된 설비가 50% 이상이다. 더구나 최근에 건설된 시설물은 현대적 기술이 아닌 대부분 속도전 등으로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해 구조물 안정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우리의 댐 건설과 안전, 운영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우리 기술과 자본으로 북한의 열악한 수자원 인프라를 개선하면 좀 더 안정적인 물 공급과 함께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필요한 재원은 남북경협자금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현금 지원이 아닌 남한의 물자와 기술 지원인 만큼 유엔 대북 제재 위반 사항도 아니다.


수자원 경제협력을 통한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인력 합작은 블루오션인 세계 댐 시장에 남북 공동 진출을 가능케 하여 좀 더 풍요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데도 기여가 클 것이다. 3만5000여개의 댐이 노후화된 이웃 중국은 댐 시장 규모만 연 20조원을 넘는다. 남북 수자원 경제협력으로 남한의 일자리 창출과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통일 인프라 조성의 일석삼조를 누릴 수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