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청첩장은 고기 먹으며 준 것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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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때 하객이 적으면 배우자 될 집안에 면이 안 선다고, 또 여태 뿌린 경조사비 회수해야 한다고 사돈의 팔촌까지 어떻게든 안면 있으면 열심히 청첩장을 뿌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척 아니면 청첩장 받았다고 체면과 도리로 참석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청첩장을 고깃집에서 돌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생긴 현대 속담이 ‘청첩장은 고기 먹으며 준 것만 유효하다’입니다.

속담에 ‘귀신도 떡을 놓고 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맨입, 빈손으로 부탁하는 게 아니라는 소립니다. 예나 지금이나 해준 것 없이 받으려 드는 사람, 자기 아쉬울 때만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져’ 하면서 말입니다.

‘기브 앤드 테이크’는 계산적인 걸까요? 간곡한 정을 가지고 주는 것이 정표(情表)입니다. 그럼 나중에 간곡한 청도 들어줄 수 있는, 평소에 줄 수 있는 친분의 정표는 무엇일까요? 밥 한 번, 술 한 잔과 감사의 표시가 바로 받은 만큼 전해주는 테이크 앤드 기브 아닐까요?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