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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식이 잘못 입금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팔아치운 삼성증권 임직원들의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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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입금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다. 직원의 단순 실수였으나 그 결과 시가로 112조원에 해당하는 28억 주가 우리사주를 보유한 임직원 계좌에 잘못 입고됐고, 직원 16명은 500여만 주를 시장에 팔아치워 주가를 급락시켰다. 실제 발행되지도 않은 '유령 주식'이 시장에 나와 실제 거래까지 이뤄진 것이다. 증권사는 물론 자본시장 시스템 자체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는 충격적 사고다.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의 담당 직원이 단위를 착각해 '원' 대신 '주'를 클릭하는 바람에 시작됐다. 이로 인해 총 3980만원이 지급될 것이 무려 112조원어치 주식이 뿌려지는 결과가 됐다. 치명적 실수인데도 다른 직원이나 상급자가 교차 체크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의 감시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았다.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이 대량 거래되는데도 예탁결제원이나 금감원은 잡아내지 못했다. 증권사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가공의 주식을 찍어내 유통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이나 외국인의 공매도에서도 이번 같은 '유령 주식' 수법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청와대에 공매도 금지 청원을 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채워넣는 투자 기법으로, 주식 실물 없는 무차입 공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사태를 볼 때 가공의 주식을 공매해 주가를 떨어트리는 방식이 가능한 게 아니냐고 투자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런 의문을 해소해주지 못하면 자칫 시스템 전체의 신뢰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주식이 잘못 입금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팔아치운 삼성증권 임직원들의 행태는 용서하기 힘들다. 임직원 16명이 내다 판 주식 대금은 총 1700억원으로, 100만 주를 팔아 350억원을 챙긴 직원도 있다. 이들이 올린 부당이익은 사후에 전액 반환토록 했지만 우리 사회 금융계 전반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