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유전결혼(有錢結婚), 무전비혼(無錢非婚)

좋은글3
기사는 결혼 적령기의 30대 남성 중 ‘결포자(결혼을 포기한 사람)’들을 살펴봤더니 소득에 따라 고소득자는 결혼을 많이 하고, 저소득자는 결혼을 못하는 상황으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내용이다. 일명 ‘유전결혼(有錢結婚), 무전비혼(無錢非婚)’의 현실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듣고 보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가장 큰 행복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결혼조차 돈이 없어 가로막힌다는 비정한 현실이 구체적인 설문 결과로 드러나자 다시금 충격을 받는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필자에게도 남녀 할 것 없이 결혼 못한 친구가 여럿이다. 물론 제대로 된 직장에서 번듯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런저런 속사정으로 연애 생활이 꼬여 ‘싱글’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인 직장을 못 찾은 탓에 짝 찾기에도 실패한 경우다.


 광장의 분노도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대통령의 어이없는 국정 운영이 촛불의 불씨를 틔웠는지 몰라도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경제적 박탈감이다. 과거에는 적은 숫자에 지나지 않던 30대 결포자가 한국 경제가 쪼그라들고 성장이 정체하면서 날로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유전결혼, 무전비혼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사회 미래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대통령과 대기업들에 대한 특검 결과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기업들은 대통령의 강압에 응했을 뿐인데 왜 여론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의아스러워 한다. 특검이 ‘포퓰리즘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결국 촛불시위 광장에 등장한 ‘재벌 개혁’ 피켓과 목소리들이 특검의 수사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