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 샤커다오(俠客島)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북한 개혁·개방은 시기 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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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에 있는 랴오닝성 단둥(丹東)과 지린성 훈춘(琿春)은 요즘 상하이, 항저우 등지에서 오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두 도시 신축 아파트는 최근 두 달 사이 거래 가격이 30~50% 뛰었고, 거래량도 작년 같은 시기의 2배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북·중 경협이 지지부진하면서 바닥세를 면치 못했던 아파트들이다. 중국 매체들은 현지 시장을 르포하면서 "투자자들이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 개혁·개방에 베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건 부동산 투자자들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시진핑 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동북과 러시아 연해주, 한반도, 일본을 잇는 동북아 일대가 일대일로의 새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북한 철도·전력·도로 인프라 구축과 농업 현대화 등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할 듯한 태세이다.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곳은 중국 동북의 지린성이다. 바다로 나가는 길이 막혀 있는 지린성은 지난 수십년간 두만강 하구를 거쳐 동해로 나가는 출구를 열기 위해 북·중 경협에 공을 들여왔다. 그 성과물 중 하나가 나선경제특구였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속에 진전이 없었다. 지린대학은 지난달 21일 '두만강 출해 통로 문제'를 주제로 대대적인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개월 사이 3차례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5월 7~8일 다롄 방문 때는 시 주석에게 북한 경제 건설에 대해 설명하고, 모든 역량을 경제 건설에 집중한다는 '선경(先經) 노선'을 밝히기도 했다. 5월 중순에는 측근인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주요 시도 당위원장 참관단을 중국으로 보내 베이징과 상하이, 시안 등지를 둘러보게 했다.

이런 상황만 보면 북한 개혁·개방은 당연한 수순일 듯 하지만, 중국 주류 사회에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적잖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 샤커다오(俠客島)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북한 개혁·개방은 시기 상조"라고 썼다.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북한 개혁·개방은 지난 40년간 중국 최고지도부의 숙원 사항이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지름길로 보고 북한을 설득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실패였다.

덩샤오핑은 1983년 후계자로 처음 중국을 찾은 김정일에게 개혁·개방 1번지인 선전을 방문하게 했는데, 북으로 돌아간 김정일은 오히려 "중국이 자본주의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김정일은 2001년 경제 전문가 등 20명을 대동하고 상하이를 찾아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고 했다. 앞서 1999년 외국인투자법, 외국인기업법, 합영법 등을 대대적으로 개정했고, 2002년에는 장마당을 허용하는 7·1 경제 관리 개선 조치를 내놓았다. 당장이라도 개혁·개방을 할 것 같았지만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원자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샤커다오는 북한 개혁·개방을 시기상조로 보는 이유로 올 4월 북한 노동당 7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결의문을 꼽았다. 모든 역량을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개혁·개방 의지 표명으로 보기에 부족한 점이 적잖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혁·개방의 전제로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겠다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확인한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 개혁·개방 초기 격렬한 노선 투쟁과 천안문 사태라는 비극을 겪었던 중국은 개혁·개방이 얼마나 힘들며, 최고지도자의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북한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자칫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될 수 있다.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협상이 북한 개혁·개방까지 이어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산과 물을 건너야 할지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