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골키퍼 조현우는 독일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등 클린시트(무실점)로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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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동화 같은 해피엔딩에 모두들 열광하지만 사실 경기 직전까지 한국팀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무력한 공격력에 빈번한 수비 실수를 드러낸 스웨덴·멕시코와의 조별리그 1, 2차전 패배 탓에 외국의 한 베팅업체는 한국이 2-0으로 이기기보다 독일에 0-7로 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을 표출해내는 또 다른 통계분석업체는 독일이 2.9골을 넣어 승리할 것으로 봤다. 마치 붙어볼 필요도 없이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조롱에 가까운 전망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숨 막히는 전력질주로 두 번째 쐐기골을 날린 손흥민과 ‘국민 욕받이’ 수비수에서 독일 전차군단을 무너뜨린 영웅으로 거듭난 김영권 등 그라운드를 누빈 모든 선수는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1, 2차전에서 볼 수 없던 한국팀 특유의 불굴의 근성이 다시 살아났다. 선수들은 이전 두 경기 평균(103㎞)보다 15㎞나 더 달려 118㎞를 뛰었다. 특히 이날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골키퍼 조현우는 독일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등 클린시트(무실점)로 경기를 마쳐 세계 정상급 실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조현우의 볼 터치는 49회로 이용과 이재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번 승리가 한국 축구사(史)에 있어 16강 진출에 못지않은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한국팀은 스웨덴전 당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뽑아내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고, 신태용 감독의 용인술이나 전술도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한 팀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오히려 한국 축구가 2002 월드컵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독일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엄청난 투지는 칭찬해야 마땅하지만 언제까지 실력보다 기적,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