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생(白石生)이란 이는 신선의 양식이라 하는 백석(白石)을 구워 먹고 살았다
좋은글사안은 누군가의 거짓말로 인해 가볍게 넘기기도 어렵게 됐다. 이 논란이 2년 전 불거졌을 때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분(김부선)이 대마 좋아하지. 요즘도 많이 하시나? 마약쟁이다. 허언증 환자다'라고 적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김씨는 방송에 나와 "(교제 당시 이 지사가) '너는 대마초 전과가 많으니 엮어서 집어넣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불륜이 맞는다면 이 지사는 정치적 야심을 위해 김씨 인격을 말살하고 협박까지 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진계유(陳繼儒)는 최고의 편집자였다. 당나라 때 태상은자(太上隱者)란 이가 적어두었다는 옛 신선들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를 모아 '향안독(香案牘)'이란 책을 엮었다. 꿉꿉한 장마철에 싱겁게 읽기 딱 좋아 몇 가지 소개한다.
백석생(白石生)이란 이는 신선의 양식이라 하는 백석(白石)을 구워 먹고 살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천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겁니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천상에는 옥황상제 받드는 일이 너무 많아 인간 세상보다 더 힘들어요." 당시에 사람들이 그를 은둔선인(隱遁仙人)이라 불렀다.
황안(黃安)은 너비가 석 자쯤 되는 신령스러운 거북 등에 앉아 있었다. 이동할 때는 거북을 등에 지고 갔다. 그가 말했다. "복희씨(伏羲氏)가 처음 그물을 만들어 잡은 거북이인데 내게 주었지요. 하도 앉아 등도 이미 평평해졌어요. 이 거북은 햇빛과 달빛을 두려워해서 3000년에 한 번만 머리를 내밉니다. 내가 여기 앉은 이래로 그가 머리 내민 것을 다섯 번 보았소."
섭정(涉正)은 20년간 눈을 감고 살았다. 제자가 눈을 한 번만 떠보시라고 간절히 청하자, 섭정이 눈을 떴는데, 우레 소리가 나고 섬광이 번개 불빛 같았다. 그러더니 그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회남왕 유안(劉安)이 태청선백(太淸仙伯)을 뵈었는데, 태도가 공손치 않다면서 유안을 귀양 보내 하늘나라 화장실을 지키게 했다.
조병(趙丙)이 배를 타고 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물을 따라 술로 만들더니, 노 하나를 깎자 육포(肉脯)가 되었다. 둘이 함께 취하도록 마시고 배불리 먹었다.
72인의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밑도 끝도 없이 열거된다. 대낮에도 그림자가 없었다는 현곡(玄谷), 귀의 길이가 7촌에 이빨은 하나도 없었다는 완구(阮丘), 술 취해 바위에 먹물을 뿌리면 모두 복사꽃으로 피어났다는 안기생(安期生) 같은 이도 있다. 천상에는 일이 많으니 그냥 이렇게 살겠다던 은둔선인부터, 강물 떠서 술 마시고 노를 깎아 안주로 먹던 조병까지, 심란하던 시절 진계유가 꿈꾸었던 그들과 만나 한나절 잘 놀았다.
-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진계유(陳繼儒)는 최고의 편집자였다. 당나라 때 태상은자(太上隱者)란 이가 적어두었다는 옛 신선들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를 모아 '향안독(香案牘)'이란 책을 엮었다. 꿉꿉한 장마철에 싱겁게 읽기 딱 좋아 몇 가지 소개한다.
백석생(白石生)이란 이는 신선의 양식이라 하는 백석(白石)을 구워 먹고 살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천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겁니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천상에는 옥황상제 받드는 일이 너무 많아 인간 세상보다 더 힘들어요." 당시에 사람들이 그를 은둔선인(隱遁仙人)이라 불렀다.
황안(黃安)은 너비가 석 자쯤 되는 신령스러운 거북 등에 앉아 있었다. 이동할 때는 거북을 등에 지고 갔다. 그가 말했다. "복희씨(伏羲氏)가 처음 그물을 만들어 잡은 거북이인데 내게 주었지요. 하도 앉아 등도 이미 평평해졌어요. 이 거북은 햇빛과 달빛을 두려워해서 3000년에 한 번만 머리를 내밉니다. 내가 여기 앉은 이래로 그가 머리 내민 것을 다섯 번 보았소."
섭정(涉正)은 20년간 눈을 감고 살았다. 제자가 눈을 한 번만 떠보시라고 간절히 청하자, 섭정이 눈을 떴는데, 우레 소리가 나고 섬광이 번개 불빛 같았다. 그러더니 그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회남왕 유안(劉安)이 태청선백(太淸仙伯)을 뵈었는데, 태도가 공손치 않다면서 유안을 귀양 보내 하늘나라 화장실을 지키게 했다.
조병(趙丙)이 배를 타고 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물을 따라 술로 만들더니, 노 하나를 깎자 육포(肉脯)가 되었다. 둘이 함께 취하도록 마시고 배불리 먹었다.
72인의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밑도 끝도 없이 열거된다. 대낮에도 그림자가 없었다는 현곡(玄谷), 귀의 길이가 7촌에 이빨은 하나도 없었다는 완구(阮丘), 술 취해 바위에 먹물을 뿌리면 모두 복사꽃으로 피어났다는 안기생(安期生) 같은 이도 있다. 천상에는 일이 많으니 그냥 이렇게 살겠다던 은둔선인부터, 강물 떠서 술 마시고 노를 깎아 안주로 먹던 조병까지, 심란하던 시절 진계유가 꿈꾸었던 그들과 만나 한나절 잘 놀았다.
-조선일보-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사람의 원한 (0) | 2018.07.19 |
---|---|
미국 대통령 입에서 '한·미 훈련은 예산 낭비'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등 한·미 동맹은 예전 같지 않다 (0) | 2018.07.13 |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 샤커다오(俠客島)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북한 개혁·개방은 시기 상조" (0) | 2018.07.03 |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골키퍼 조현우는 독일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등 클린시트(무실점)로 경기 (0) | 2018.06.29 |
한국의 서양 지식 도입사(史)가 일본의 이런 치열한 지적(知的) 노력에 무임승차해 온 측면 (0) | 2018.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