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정치인의 입은 기저귀처럼 더러우니 자주 갈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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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과 '잘 말하는' 사람. 그렇게 두 부류로 사람들을 나눠봅니다. 똑같이 '정치인'으로 번역되지만 뉘앙스상 politician은 '말 잘하는' 축에, statesman은 '잘 말하는' 축에 듭니다. '말 잘하는 자는 거짓말에 능란하다(A great talker is a great liar)'는 명구(名句)가 밝히듯, 말이 청산유수인 정치인도 거짓말을 잘한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statesman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반면 politician은 오직 선거 승리만 노린다는 점도 문제이고요. 그런 정치인은 정치꾼(politico)이라고도 하지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정치인을 기저귀에 빗대 꼬집습니다. '둘 다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 이유가 똑같다(They should both be changed regularly and for the same reason).'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진실을 은폐하는 정치인의 입은 기저귀처럼 더러우니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줄여봅니다. '정치인은 기저귀와 같다(Politicians are like diapers).'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사진)'의 무대는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미래의 영국. 복면을 쓰고 활약하는 신비의 인물 '브이'는 독재정치를 상대로 '피의 복수(vendetta)'를 계획합니다. 그 복수란 부패한 정치인들 소굴인 국회의사당을 날려버리는 것. 한편 그는 TV 방송국 직원 '이비'가 비밀경관들에게 겁탈당하려는 찰나 그녀를 극적으로 구합니다. '이비'는 은인의 거사에 가세합니다.

정치인을 혐오하는 '이비'가 '브이'의 신념에 따르게 된 배경은 다음 대사에 잘 녹아 있습니다. "그들은 거짓말로 진실을 덮는 더러운 자들이잖아요." '브이'가 화답합니다. 생체실험실까지 만들어 정치적 반대파에 폭력을 가하는 세력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호소와 함께.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면 안 돼요.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해요(Govern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