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중국이 다시금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게 된다면 미국의 제재와 압박 효과는 약화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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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베이징에 머문 시간은 2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의 방중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집권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비난하며 북·중 정상회담을 거부해온 김정은이 이처럼 갑자기 중국을 방문하게 된 배경과 속셈은 무엇일까.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양국의 이해 일치를 가장 큰 배경으로 한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이른바 ‘차이나 패싱’으로 소외감을 느끼던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영향력과 존재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멀어져가던 북한을 다시 자국의 영향권 안에 머물게 할 뿐 아니라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김정은의 생각을 여과 없이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지난 3월 집권 2기에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다진 시 주석으로서는 외교영역에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 공간을 필요로 하던 시점이었다. 
  

김정은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안보라인에 초강경파가 등장하자 불안을 느끼고 북·중 연대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보겠다. 한국 정부만을 바라보기에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을 것이다. 북·중 관계를 정상화해 북·미 정상회담 전에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 회담이 결렬되거나 실패했을 경우 더 강화될 것이 확실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라는 보호막이 필요했을 수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틈새를 이용해 대북제재 이완의 계기를 만들고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셈법이 작용했다. 
  
김정은 방중에 따른 북·중 관계 개선은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게임’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중국이 다시 추가됨으로써 ‘합종연횡’의 복합방정식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을 의미한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약속된 모종의 합의를 토대로 북한이 북·미 협상에 나설 경우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향후 동북아질서의 틀이 바뀌게 된다.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조건 없는 핵 폐기의 길로 이끌려던 미국의 구상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만일 중국이 다시금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게 된다면 미국의 제재와 압박 효과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북한이 강대국들에 필요한 양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핵무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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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 한국 사회는 장밋빛 물결과 희망으로 넘쳐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북한의 비핵화(非核化)가 이루어질 전망이 밝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종전(終戰) 선언이나 평화 체제, 또는 상징적 조치가 북한을 '보통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이 분위기를 보면서 놀라움을 많이 느낀다. 북한 지도부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이번 회담으로 극복하지 못할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새로운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계층 처지에서, 비핵화는 '집단 자살'과 다를 바 없는 이유가 많다.

먼저 역사의 교훈 때문이다. 그들은 이라크 후세인이 핵 개발에 실패했고, 미국의 공격에 타도당하고 처형된 것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역사상 비핵화에 동의한 유일한 독재자, 리비아 카다피 대령의 운명도 그렇다. 혁명이 발발했을 때, 카다피는 서방국가의 간섭으로 우월한 공군력을 쓰지 못했고 혁명군을 폭격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는 패전했고 비참하게 살해됐다. 북한은 카다피가 핵을 보유했더라면 서방국가들이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함으로써 리비아 공군력을 마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둘째, '미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경우에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미국이 북한 정권 안전을 보장할 능력은 없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내에서 혁명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불가침 약속을 지킴으로써 북한 정권을 도와줄 수 있을까? 특히 북한 정권이 공군력이나 중무장 병력을 동원해 혁명 세력을 참혹하게 진압하고, 혁명 세력이 리비아처럼 국제사회의 지원과 개입을 요구한다면 미국이나 한국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셋째, 강대국들의 국제 보장도 믿을 수 없다. 영토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던 우크라이나는 미국·영국·러시아의 안전 보장 및 국경 보장 약속을 받고, 구(舊)소련 해체 이후 자국에 남아 있던 핵무기를 반환했다. 그러나 2014년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기습적으로 합병해 버렸다. 미국이나 영국은 말로만 자기들의 불만을 표시했을 뿐이다.

넷째,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들의 '기본 외교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북한이 강대국들에 필요한 양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핵무기뿐이다. 핵을 포기한 북한은 수많은 약소국 중 하나가 될 뿐이다. 그래서 김정은도, 그 측근들도 '비핵화의 길'을 '죽음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여길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평화 공세를 시작하고, 정상회담도 제안하고, 동시에 중국에도 대표단을 파견했을까? 기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 외교'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암시를 많이 보냈다. 진짜 이러한 계획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북한도 공포가 많아졌다. 북한은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자기들이 결정적 타격을 받을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압박 때문에 중국까지 참여하는 대북 제재가 가까운 미래에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위협이다.

지난 26일 오후 이뤄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訪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사전 협의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중국을 관리하기 위해 '양보 가능성을 암시'하는 평화 공세를 펴고 있지만 이는 결코 '진짜 비핵화 의지'를 뜻하지 않는다. 회담을 통해 시간을 벌 희망을 품은 북한은 핵을 동결할 수 있으나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 가능한 양보는 핵·미사일 동결이나 부분적 감축이다.

미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도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결 당시 언젠가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강대국들의 비핵화 약속은 립서비스일 뿐이다. 북한도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중요시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별 의미가 없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은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으로 이뤄질 합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회담이 실패할 수도 있다. 타협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반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섣부른 기대감을 가지기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조선일보-

스킨십은 스킨십, 국익은 국익,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선거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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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총리, 아주 훌륭한 내 친구지. 하지만 이젠 그들에게 말하겠다. 그동안 그들의 얼굴엔 살짝 미소가 있었다. 그 미소는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 오랫동안 (무역)이익을 봐왔다니, 믿을 수 없는 걸~’이라는 미소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날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제한 조치에 서명하면서 했던 이야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이름을 일부러 거명하며 날린 이 독설 한마디에 일본은 대충격에 빠졌다. 일본은 한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에서 제외되지 못했다. 앞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이 미국을 직접 찾아 읍소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이번에 트럼프는 철강 수입제한과 관련해 “철강 등의 대량 수입은 안전보장상의 위협”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철강이 졸지에 미국 안보상의 위협이 돼버린 상황이다. 
  


철강 관세만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에게서 더 뼈아픈 펀치도 맞았다.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달 중순 고노 외상은 미국 관리들과 만나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약속을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등 미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100% 함께 한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긴밀한 미·일 동맹”이라고 호들갑을 떨어온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아베 총리는 사학재단 특혜 논란으로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다.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함에 내민 손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이나 뿌리친 모양새다. ‘스킨십은 스킨십, 국익은 국익,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선거 승리’라는 트럼프식 정치. 지난해 11월 골프장 벙커에 나뒹구는 굴욕까지 견뎌내며 트럼프를 극진히 대접했던 아베 총리에겐 멘붕으로 돌아왔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4~5월 정상외교가 임박했다. 게다가 ‘중국 황제’ 시진핑과 ‘러시아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한반도는 신형 무기를 장착한 스트롱맨들의 파워 과시 경연장이 됐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정치의 비정한 정글 속에서 운전대를 잡겠다면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치밀함과 냉정함을 장착해야 한다. 
  -중앙일보-

조선 침공에 부역한 승려의 글재주가 조선 학문을 흠모한 유학자의 비판을 받아 도요토미가 멸망의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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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2년 조선 침공을 감행한다. 이때 분에이 세이칸(文英淸韓)이라는 승려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종군 사관(史官)으로 조선에 왔다. 그는 가토를 따라다니며 그의 혁혁한 전과(戰果)를 칭송하는 기록을 남겼다. 한시 등에 능했던 그는 1614년, 히데요시의 승계자 히데요리(秀頼)의 명으로 제작되던 교토 호코지(方廣寺)의 범종에 새길 명문(銘文) 제자(題字)를 의뢰받는다. 세이칸은 '국가안강(國家安康)' '군신풍락(君臣豊樂)'이라는 문구를 범종에 새겼는데, 이 문구가 평지풍파를 불러일으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국가안강'이 피휘(避諱·군주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하는 예법)에 어긋나며, '家'와 '康'을 찢어놓은 것은 더더욱 불경스럽다는 점과 함께 '군신풍락'이 도요토미(豊臣)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들어, 문구에 담긴 저의를 히데요리 측에 추궁했다.


이에야스에게 이런 해석을 제공한 것은 쇼군의 고문(顧問) 하야시 라잔(林羅山)이었다. 라잔은 퇴계와 율곡의 이기론(理氣論)에 큰 영향을 받은 주자학자로, 주자학이 막부의 관학이 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다. 라잔은 범종 문구가 이에야스에 대한 불온한 뜻을 담고 있음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이를 묵과해선 안 된다고 이에야스에게 간언했다.

이에야스에게 불려간 세이칸이 쇼군가의 번영을 축원하는 의미라고 극구 해명했으나, 이에야스의 의심과 괘씸함은 풀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 문제를 계기로 살얼음판을 걷던 도쿠가와가(家)와 도요토미가의 화친은 결렬되고 둘 사이의 관계는 악화 일로로 치닫게 된다. 이윽고 이에야스가 응징에 나서자 전력상 열세였던 도요토미가는 패하고 멸문(滅門)을 당했다. 조선 침공에 부역한 승려의 글재주가 조선 학문을 흠모한 유학자의 비판을 받아 도요토미가 멸망의 단초가 됐으니 인과응보라고 해야 할까.
-조선일보-

남자는 화성(Mars) 여자는 금성(Venus)에서 온 것이 아니라 같은 이 지구상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으로 '정해진 기본 설정(factory default settings)'과 '초기 프로그래밍(initial programming)'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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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 문제의 상당수는 상대 이성(the opposite sex)의 생물학적·심리적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grasp the biological and psychological differences) 못한 데서 비롯된다. 남자는 화성(Mars) 여자는 금성(Venus)에서 온 것이 아니라 같은 이 지구상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으로 '정해진 기본 설정(factory default settings)'과 '초기 프로그래밍(initial programming)'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자는 두뇌 전두엽(frontal lobe)이 남자보다 크고 발달해서 의사소통에 더 능하다. 단어를 가공·처리하고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에서 앞선다(be better able to process words and to use language).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read between the lines) 언외의 뜻을 파악하는데(catch the implied meaning) 뛰어나다. 얼굴 표정과 몸짓 언어도 금세 알아챈다(notice the body language along with facial expressions in a second).

남자들은 문제 해결을 별말 없이 홀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prefer to solve their problems alone without talking about them). 반면에(on the other hand) 여자들은 문제를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become distressed). 친구들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be not able to provide solutions) 그런다. 화장실 갈 때 삼삼오오 가는(go to bathroom in groups) 것도 비슷한 심리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여기서 남녀 갈등의 교차점(point of conflict)이 발생한다. 여성은 문제를 공유하려는 의도로 남성에게 쏟아냈다가 그의 한마디 단답형 대꾸에 실망하고 약이 오른다(be disappointed and annoyed by his single line answer).

성욕을 관장하는(take charge of sexual desire) 두뇌 부분은 남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하고, 섹시해 보이는(look hot) 여성을 보면 쉽게 집착하게 된다(easily get attached to her). 여성들은 남성의 성격 특성 등 다른 요소들을 외모와 함께 신경 쓰는데(care about looks as well as other personality traits), 남성들은 신체적 외모만 숭배해(idolize physical looks) 매력적인 여성과 사귀기 위해서라면(for the sake of getting along with attractive women) 다른 특성들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think nothing of other traits).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보호받기를 원하도록 설정돼 있다(be instinctively wired to seek protection). 그래서 보호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재간 있고 능력 있는 남자에게 끌린다(be attracted to resourceful and capable men). 그런데 불순한 동기로 만남을 가졌다가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문제가 불거진다. 모든 것이 천성과 교육에 달려 있다(be up to nature and nurture).
-조선일보-

중국인에게 바람과 비, 풍우(風雨)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문화적인 함의로는 불원간 맞을 변수, 위험 요소를 머금은 무엇 정도로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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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비 쏟아지려니 바람이 다락에 가득하다"는 시구가 있다. 당나라 허혼(許渾)의 작품이다. 원문은 "산우욕래풍만루(山雨欲來風滿樓)"다. 본래 단순한 서경(敍景)이었으나 현대 중국에서는 곧 닥칠 위기의 전조(前兆)를 암시하는 말로 변했다.

중국인에게 바람과 비, 풍우(風雨)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문화적인 함의로는 불원간 맞을 변수, 위험 요소를 머금은 무엇 정도로 풀 수 있다. 풍운(風雲), 풍상(風霜), 풍설(風雪), 풍파(風波), 풍랑(風浪) 등도 모두 곧 닥칠지 모를 위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인의 문화적인 심리를 드러내는 조어들이다. 상황이 닥치기 전 그에 먼저 대비하려는 중국식 '위기 사고'의 패턴을 잘 보여준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평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라"는 뜻의 거안사위(居安思危)가 대표적 경구다. 뒤로 이어지는 "미리 생각하면 대비가 있고, 준비가 있으면 환란이 없다(思則有備, 有備無患)"는 말도 유명하다.

비가 내리기 전 창문을 고치라는 뜻의 '미우주무(未雨綢繆)', 일이 번지기 전에 위기의 요소를 먼저 잠재우라는 '방환미연(防患未然)'도 같은 맥락이다. 가축을 잃었을 때 드러나는 우리와 중국인의 차이도 있다.

우리는 대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 하냐"는 핀잔과 푸념이 기조를 이룬다. 그에 비해 중국인은 "양을 다시 잃지 않으려면 외양간을 고치자"는 자세를 보인다. 이른바 망양보뢰(亡羊補牢)식 위기 대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행보가 화제다. 황제와 같은 권력 집중이 연일 매스컴에 오른다. 그러나 나름대로 위기를 겨눈 흔적도 뚜렷하다. 40년 개혁개방에서 드러난 얽히고설킨 부패와 비리, 그로써 초래될지 모를 큰 혼란이다.

우리는 중국이 쌓았던 그런 '위기'의 속내를 잘 읽어야 한다. 중국의 사회문화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말이다. 나날이 거세지는 중국의 부상이 기회이면서 한편으로는 위기이기도 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 조선일보-

호킹은 원래 물리학이 신에게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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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3일 영국 주요 신문은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호킹이 신(神)은 없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새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현대 물리학은 우주 창조에서 신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호킹은 우주가 무(無)에서 생겨났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숱하게 많다고 썼다. 다윈이 진화론으로 생물학에서 창조주의 필요성을 지웠다면 호킹은 우주 전체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호킹은 원래 물리학이 신에게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1988년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에서 "완벽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런 호킹이 신의 존재를 부정했으니 전 세계 과학계와 종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80% 이상이 호킹의 말에 동의했다. 당대 최고 과학자의 영향력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호킹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건 그의 이론을 현재 기술로는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블랙홀과 우주 탄생의 기원이 된 '특이점(特異點)'에 대한 호킹의 이론을 일반인은 이해할 수 있을까. 출판계에 '호킹 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전 세계에서 1000만권 이상 팔린 '시간의 역사'를 실제로 읽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시간의 역사'의 호킹 지수는 6.6%이다. 100명 중 고작 6명만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뜻이다. 

▶어제 호킹이 7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호킹 부고(訃告)는 그 어떤 부고보다 낯설었다. 온몸이 천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에 걸려 1~2년밖에 못 살 것이라는 선고를 받고 무려 55년을 더 살면서 물리학 역사를 새로 쓴 그였기 때문이다. 호킹은 생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다. 호킹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는 인공지능의 위협과 지구온난화였다. 

▶호킹은 갈릴레이 서거 300주년이던 1942년 태어나 아인슈타인 생일인 3월 14일에 떠났다. 물리학자가 될 운명이었던 것일까. 호킹을 불세출 과학자로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평생 괴롭힌 루게릭병이었다.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호킹은 3년간 1000시간을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하루 평균 한 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발병 이후 닥친 죽음의 가능성에 직면하면서 그는 좋아하던 물리학을 천착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우리는 위대한 물리학자와 동시대를 사는 영광을 누렸다.
-조선일보-

이번 개헌이 종신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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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를 2회로 제한하는 현행 규정을 없애는 개헌안이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찬성 2958, 반대 2, 기권 3, 무효 1표로 통과됐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됐지만, 이는 중국 일반 인민의 압도적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진핑 주석이 졸업한 칭화대 캠퍼스에는 ‘세계여성의 날’이던 지난 8일 학생들이 의미심장한 현수막을 붙였다. ‘사랑에는 기한(임기제한)이 없다. 만일 있다면 그것을 삭제하라.’ ‘나는 당신들의 남자친구로 연임하려 한다.’ 현수막은 임기 제한 폐기 개헌을 풍자한 것이다. 
  
1989년 6·4 톈안먼 민주화 운동이 유혈 진압된 이후 정치적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던 대학생들이 여성의 날을 빌어 우회적으로 개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개헌은 누가 보더라도 내용과 절차 모두 무리한 개헌이었다. 
  
지난 2월 25일 발표된 개헌안의 핵심은 네 가지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 사상 포함, 국가감찰위원회 설치,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 제한(2회 연임까지 가능) 폐지, 중국공산당 영도의 헌법 조문 명문화가 그것이다. 

  
당의 지도 사상이 변경되면 그 내용을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관례였고, 국가감찰위원회의 설치는 헌법 개정을 해야 하는 국가조직의 변동이라는 점에서 개헌은 당연했다. 그러나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 제한 폐지와 ‘중국공산당 영도’의 헌법 총강 명문화는 다른 문제다. 그것은 개혁·개방 이후 이루어진 중국 정치 개혁의 방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성으로 개혁·개방 이후 종신제를 폐지하고 당과 정부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1982년 개정된 헌법에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직무를 빼고는 국가주석 등 모든 헌법상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중임제를 명문화했다. 문혁 시기인 1975년 헌법 총강에 포함됐던 ‘공산당 영도’를 삭제했다. 그래서 이번 개헌은 중국 정치 개혁에 역행할 뿐 아니라 심지어 문혁의 그림자까지 느껴진다.   

개헌 과정도 무리하게 진행됐다. 앞서 네 차례 부분 개헌 때는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는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이번 개헌은 지난해 9월 29일 중국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시진핑이 처음 제안했다. 이후 지난 1월 개헌안이 발표될 때까지 불과 몇 개월 만에 국가 중대사인 개헌이 속전속결로 추진됐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임기 제한 폐지를 포함한 개헌을 왜 그렇게 무리하게 추진했을까. 이번 개헌을 보면 시진핑의 임기 연장이라는 핵심적 이유 외에는 다른 중대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시진핑의 임기 연장은 권력집중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시진핑의 권력집중은 집단지도체제가 가진 의사결정의 비효율성, 이와 관련해 후진타오 시기에 발생한 권력 분산으로 인한 문제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 단계인 군대 개혁의 완수와 강대국으로의 발전을 위한 결정적 전환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고속 성장과 서구 민주주의에서 등장한 극우 민족주의도 개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서구의 절차적 민주의 한계는 오히려 중국적 제도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공산당 영도와 지도 핵심인 최고지도자로의 권력집중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부패 투쟁을 통한 권력집중과 19차 당 대회를 통한 시진핑으로의 권력집중이었다. 반부패 투쟁은 현직은 물론 원로 세력 중 시진핑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을 무력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 위신을 높였다. 
  
그렇다면 이번 개헌이 종신제의 부활일까. 시진핑은 임기를 몇 차례 연장하겠지만, 그것이 종신제 부활과 동의어는 아닌 듯하다. 비록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이 폐지됐지만, 정치적 필요와 건강이라는 두 가지 제약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예컨대 2003년 국가주석에서 물러난 장쩌민이 임기 제한 없는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 2004년 물러났다. 이는 시진핑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 인민은 이제는 마오쩌둥 시대의 신민(臣民)이 아니다.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사회는 성장했고 덩샤오핑의 정치 개혁 전통은 인민과 간부들에게 면면히 남아 있다. 
  
칭화대 학생들의 현수막은 소수 지식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시진핑의 개헌이 개인 독재와 종신제 경향성을 갖게 된다면 지도체제의 장기적 안정화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위기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중앙일보-

SR을 없애겠다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 발목을 잡아 철밥통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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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설공단이 설립 1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이자 비용을 초과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한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과 시설 관리를 맡는다. 부채가 무려 20조원을 넘어 매년 벌어들이는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았다. 그런데 수서고속철도(SRT)가 새로 설립되면서 여기서 받은 선로(線路) 사용료 2810억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존 코레일은 영업 수입의 34%를 선로 사용료로 내지만 SR은 50%를 사용료로 냈다.

SR은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코레일의 방만한 체질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2016년 말 출범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SR은 요금을 10%나 내렸는데도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독점과 철밥통의 대명사였던 코레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레일도 운임의 5~10%를 마일리지로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SR이 특실에서 견과류를 제공하자 코레일도 뒤따랐다. 철도 산업의 효율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고객들은 싼 가격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두 회사를 합쳐 철도 이용객은 전보다 하루 4만명 이상 늘어났다.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꿈도 꿀 수 없었던 변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코레일 사장으로 오자 제일 먼저 이 경쟁 체제부터 없앤다고 한다. SR을 코레일에 통합해 독점 체제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경쟁을 없애면 철도 노조는 편해지고 국민이 누리게 된 요금 인하, 서비스 향상 등 편익은 사라질 것이다.

SR 출범 전인 2016년 1500억원 흑자였던 코레일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전환했다. SR에 알짜 노선을 뺏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강성 노조 주장에 휘둘려 경영이 방만한 데다 서비스 질이 낮아 고객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SR을 없애겠다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 발목을 잡아 철밥통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일 뿐이다.

프랑스는 부채 66조원을 안고서도 특혜를 누려온 국영철도공사(SNCF) 개혁을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일본은 30년 전 국철 민영화 조치 이후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여왔다. 우리 철도는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철도 개혁을 좌절시키려고 한다. 국민과 고객이 아니라 귀족 강성 노조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드러나면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하겠다"고 강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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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암살'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반대 세력 제거 작전을 다룬 영화다. 푸틴 집권 이후 부쩍 늘어난 독살 사건들을 소재로 했다. 그 대상도 국내외 정치인, 비판적인 기자, 인권 변호사, 전직 스파이 등을 가리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정치적 암살의 역사는 뿌리 깊다. 표트르 3세와 그의 아들 파벨 1세 등 제정 러시아의 황제가 암살되거나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당연히 비밀경찰에 의한 공포정치가 횡행했다. 러시아혁명 전야에는 국정을 농단하던 괴승(怪僧) 라스푸틴이 귀족들에 의해 네바 강 얼음장 밑에 수장됐다. 혁명 후인 1921년 레닌은 모스크바의 루비양카 정치범 수용소에 '독극물연구소'를 만들었다. 암살을 심장마비 등 자연사한 것처럼 위장하는 독극물을 개발하기 위해 소련의 과학자들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푸틴은 어린 시절 영화와 소설을 통해 스파이 활동을 동경하다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KGB에 들어갔다. 베를린 장벽 붕괴 시 동독에서 암약하던 그는 KGB가 순수하게 배양한 공작원 출신이다. 그의 암살 지시가 드러난 사건이 2006년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으로 있다 영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이다. 런던에서 방사능 독극물이 들어간 녹차를 마시고 사망한 리트비넨코는 죽기 전 "배후는 푸틴"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러시아 첩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지난 4일 영국의 소도시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드러나면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밝혔다. 러시아는 반발하지만, 푸틴 집권 이후 숱하게 벌어진 정치적 암살의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푸틴은 유도로 단련된 강인한 몸매를 자주 과시한다. 굳게 다문 입가에 번지는 미소 뒤에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가벼이 여기는 잔인한 성격이 드러난다. 그는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당시 무리하게 진압을 지시해 인질 130명을 죽음으로 몰고가기도 했다. 시리아의 학살자 아사드를 비호하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것도 KGB 시절부터 몸에 밴 것은 아닐까. 말만 공산 독재를 끝냈다고 하지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여전히 스탈린 치하 소련이나 차르 시대의 공포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참 고약한 이웃 나라들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