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청첩장은 고기 먹으며 준 것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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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때 하객이 적으면 배우자 될 집안에 면이 안 선다고, 또 여태 뿌린 경조사비 회수해야 한다고 사돈의 팔촌까지 어떻게든 안면 있으면 열심히 청첩장을 뿌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척 아니면 청첩장 받았다고 체면과 도리로 참석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청첩장을 고깃집에서 돌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생긴 현대 속담이 ‘청첩장은 고기 먹으며 준 것만 유효하다’입니다.

속담에 ‘귀신도 떡을 놓고 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맨입, 빈손으로 부탁하는 게 아니라는 소립니다. 예나 지금이나 해준 것 없이 받으려 드는 사람, 자기 아쉬울 때만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져’ 하면서 말입니다.

‘기브 앤드 테이크’는 계산적인 걸까요? 간곡한 정을 가지고 주는 것이 정표(情表)입니다. 그럼 나중에 간곡한 청도 들어줄 수 있는, 평소에 줄 수 있는 친분의 정표는 무엇일까요? 밥 한 번, 술 한 잔과 감사의 표시가 바로 받은 만큼 전해주는 테이크 앤드 기브 아닐까요?
-경향신문-

어떤 정부와도 불편한 관계여야 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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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는 2006년 성균관대학교 강연에서 이렇게 발언한다. 후회 없는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정당한 방법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그는 누구보다도 길고 험난한 겨울을 보냈다. 앞으로도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뉴스의 특성상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기존의 명성이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선주자와 차기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재벌을 향한 올곧은 비판 또한 중요하다.

그는 4월19일 페이스북 ‘소셜스토리-JTBC 사회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정부와도 불편한 관계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말하는 불편함이란 기호나 이해관계를 배제한 가치중립적인 시각이 전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손석희의 방송은 지금부터가 본 게임에 속한다. 야구에 비하자면 초반 대량득점 후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던지는 공이 포수가 원하는 위치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무결한 언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손석희의 변화구가 더 크고 정교한 궤적을 그리기를 바라면서 JTBC 뉴스룸의 배경음악을 신청한다. 제목은 전람회의 ‘10년의 약속’.
<이봉호 | 대중문화평론가·<나쁜 생각> 저자>-경향신문-

[정동칼럼]미세먼지 같은 혐오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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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 난민 여성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만나서 커피숍까지 걸어가는 동안 검은 베일을 쓴 그 여성에게 내리꽂혔던 시선을 잊을 수 없다. 곁눈질로 힐끔거리다 돌아서 빤히 쳐다보는 사람, 무섭거나 불결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멀찌감치 걸어가는 사람. 노골적이고 혐오적인 행동은 함께 있었던 필자마저도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정동칼럼]미세먼지 같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기
최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용상씨의 외출>은 자폐성 장애인 용상씨가 일상적으로 겪는 혐오를 포착한 영화다. 엄마와 함께 외출한 용상씨는 지하철 안에서 반복적으로 몸을 흔들거나 노선도를 큰소리로 읽는다. 불안감을 줄이고 싶지만 감각 조절이 잘 안되는 데서 비롯된 행동이다. 이런 용상씨에게 돌아온 주변 승객들의 반응은 “에잇, 쯧” “집구석에나 있지 뭣 하러 나왔노!”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이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처럼 우리를 둘러싼 혐오와 차별은 일상의 존엄을 위협하고 사회 구성원을 분열시킨다. 최근 조사연구를 보면 혐오와 그로 인한 차별은 노골적이고 적대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가볍게 희화화하거나 미묘하게 구획 짓고 배제함으로써 ‘문제없음’이라는 착시효과에 숨은 것도 많다.

영화 속의 용상씨가 부딪히게 될 현실은 가파른 비탈길처럼 힘겹고 위험하기조차 하다. 한 발달 장애인 학생은 “투명인간처럼 취급해 말을 걸어도 친구들이 답을 안 하고, 때론 이유 없이 욕을 듣거나 맞아서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고 했다. 어느 여성 장애인은 “어렸을 적 엄마나 주변 사람들이 ‘전생의 업보’라며 한숨을 쉴 때면 그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 삶이 형극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더 노골적이고 적대적이어서 털이 곤두설 만큼 두렵고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프다. “한국여성이 왜 하필이면 시꺼먼 외국인, 이슬람권 외국인과 사귀느냐”라든지, 버스에서 이주민 옆에 앉은 여성에게 어느 한국인 남성은 “조심해”라며 혐오를 선동하기도 했다. 성소수자를 향한 욕설이나 적대적 표현은 인용조차 꺼려질 만큼 섬뜩하고 치욕스럽다. 그런가하면 한국 여성 전체를 비난하는 “김치녀·년” “김여사”처럼 다수를 비하하거나 멸시하는 말이 관용어가 될 만큼 혐오가 일상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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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퍼져있는 혐오와 차별을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혐오와 차별의 해악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혐오는 피해자에게 두려움과 슬픔, 지속적인 긴장감을 갖게 하며 자존감이 손상되고 무력감과 소외에 시달리게 한다. 심한 경우 자살 충동과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기도 한다. 한 예로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률은 이성애자에 비해 2~3배 높다. 혐오와 차별의 결과로 피해자들은 고립된 채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동시에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더 강화된다.

놀라운 사실은 대선이 2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 같은 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책을 선거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광범위하면서도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그러나 후보들은 현란한 구호와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하면서도 혐오와 차별 문제를 외면하거나, 심한 경우 혐오와 차별 세력에 동조하기도 한다. 일부 후보는 ‘사회적 합의’가 안됐다며 시기상조론을 펴고, 또 다른 후보는 “성소수자는 지지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안된다”며 지나치게 몸을 사리기도 한다.

인권은 개개인의 고유한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인권은 다수의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나중을 기약하면서 유보되어야 할 항목이 될 수도 없다. 인권은 인간이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인 권리다. 특히 소수자에게 인권의 가치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만을 놓고 보면 이번 대선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법무부에 의해 차별금지법이 첫 발의된 것은 2007년이다. 이후 17~19대 국회에서 7번의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정파적, 종교적 이유를 빌미로 무산됐다. 그러는 사이 혐오는 기승을 부리고 인권의 가치는 오염되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의 토대인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존엄과 평등을 일상 속에 뿌리내리기 위함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과 인권이사회 또한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에 8차례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5개월이 넘도록 광화문과 전국 각처에서 간절하게 든 촛불이 특권적 소수의 전횡에 대한 분노에 국한될 수는 없다. 차별받고 혐오받는 소수에게 일상의 미세먼지를 걷어내고 봄볕을 두루 누리도록 하는 것, 그런 세상을 향한 염원이 들어있음을 믿고 싶다.
<문경란 |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경향신문-

새벽시장의 활기처럼 펄떡이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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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5년째 포기하지 않고, 마음 맞는 이들과 체육관까지 차려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간단하다. 외롭지 않아서. 같이 힘드니까 나만 천벌 받는 것 같진 않아서. 그렇게 꼭 운동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로스핏은 ‘박스 플레이’를 기본으로 한다. 박스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크로스핏의 요체다. 전 세계 모든 크로스핏 박스들이 공통적으로 ‘박스 커뮤니티’를 운동 성공의 관건으로 꼽는다. 박스는 누가 바벨을 더 잘 들고, 어떤 사람의 근육이 더 발달되었는가를 겨루는 공간이 아니다. 크로스핏에 있어 박스는 도전이건 실패건 함께 했고, 같이 쓰러졌다가, 맥주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집합적 공간이다.
크로스핏을 처음 시작하고 박스에 가는 게 그냥 좋았다. 제 한 몸 가눌 길이 묘연해 쓰러지는 느낌도 물론 좋았고, 기행에 가까울 정도로 운동 잘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그것보다는 새벽시장의 활기처럼 펄떡이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유약한 일상에 뭔가 당당한 존재감이 불어넣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취했던 것 같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는 한참 뒤의 문제고, 박스에 간다는 사실 그 자체에 고무됐다. 뭐랄까, 공간의 취향이 그대로 나의 활기로 전환되는 것 같았달까. 물론, 그 마음 맞는 사람들과 ‘운동장’을 차리는 건 돈이 제법 들었지만.(계속)
-한겨레-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책임에 맞지 않는 영혼 없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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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와 헌법 위반으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한 말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9자가 전부였다. 일반 범법자들이 검찰에 책잡히지 않기 위해 하는 의례적인 상투어 그대로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책임에 맞지 않는 영혼 없는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반대 시위를 벌이다 숨진 박사모 회원과 유족들에게도 지금껏 위로의 말 한마디 없다. 전날 오후 그는 손범규 변호사를 통해 “검찰 출두에 즈음하여 입장을 밝힐 것이고,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했지만 이 역시 결국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이런 사람이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그는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책임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게 떠넘겼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 같은 범죄 증거를 들이댔지만 그는 지시한 적이 없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은 선의를 가지고 법 규정 테두리 안에서 한 일이며 재단 설립 비용은 재벌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현대자동차에 최씨 지인회사의 물건을 납품하게 한 것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억지를 썼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한 푼도 받지 않았으며 모든 것은 최씨에게 속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변했다. 불리하면 아예 입을 닫았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그의 범죄 증거는 차고 넘친다. 청와대가 범죄 모의의 온상이고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몸통이라는 사실은 박영수특검팀과 검찰 수사로 이미 확인됐고, 최씨를 비롯해 이미 수많은 공범들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제 검찰과 법원이 법과 원칙대로 박 전 대통령을 처리하는 일만 남았다. 사과도 하지 않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그에게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 파면당한 그에게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주는 것도 온당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이 그의 조사과정을 녹화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검찰은 필요하면 그와 최씨, 그와 안 전 수석에 대한 대질신문도 해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중형이 예상되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검찰은 그동안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왔다.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갈기갈기 찢긴 국론을 통합하고 혼란에 빠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경향신문-

덜떨어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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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사들이 어제부터 한국관광상품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 실행에 들어갔다. 롯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 제공 결정 이후 가시화된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조치로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객 모객이 전면 금지됐다. 한국을 여행하려는 중국인들은 개인이 직접 비자 및 항공권을 처리해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아도 내상을 입은 호텔·면세점·항공 등 관련업계의 피해는 더 커질 게 뻔하다. 서울 명동에도 중국인의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에서는 크루즈 관광객의 하선 거부에 이어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생활터전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 내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매장 112개 중 57개가 영업을 정지당했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드 후폭풍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안보를 빌미로 민간기업에 보복하는 중국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국제 규범에도 맞지 않는다. 양국 간 감정이 나빠지면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은 참담한 지경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며칠 전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아우성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경제수장이 할 소리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면 책임회피이고, 진짜 모른다면 직무유기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직후에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돼 있다. 경제보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충돌 과정에서 중국이 일본에 가한 다양한 경제보복 조치를 안다면 할 수 없는 얘기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대응할 게 없다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기업들이 직면한 곤혹스러운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아니다.
-경향신문-

트위터에서 승자는 고양이가 있는 사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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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류철균, 우병우, 이재용, 조윤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서울대 출신 인사들의 면면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말한다. “서울 법대 70주년 행사하면서 각계각층 유명한 서울 법대 출신 인사들 이름 학번별로 모아둔 전시물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망친 사람들 이름 다 나옴.” 성낙인 서울대 총장조차 올해 입학식에서 “최근 서울대인들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고 자아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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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능력’을 가지고 해낸 일이 겨우 이런 것이었다면 그것을 ‘능력’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마침 서울대에 ‘탄핵 반대 대자보’가 붙었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대 출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한마디를 보탠다. “눈물겹다… 사랑하는 후배들아 학교 마크에 있는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를 가슴에 새겨다오.” 더 눈물겨운 진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남긴 말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트위터에는 교수도 국회의원도 손가락 하나 잘못 놀렸다가 인생 조지는 배드엔딩밖에 없는데 대학 간판을 들고 오다니. 트위터에서 승자는 고양이가 있는 사람뿐이다.”
-경향신문-

“우리가 걸어 다니는 자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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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지자체 간 출산율 경쟁을 유도한다고 만든 ‘출산지도’에 여성들이 “우리가 걸어 다니는 자궁이냐!”며 아기 자판기 시위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국책연구기관이 묻지마 결혼과 고학력 여성의 하향결혼을 유도하겠다는 주장을 해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조차도 할 말을 잃습니다.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는 진짜 이유는 무책임으로 외면한 채, 혼인율과 출산율 저하의 책임을 젊은이들 그리고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나는 새에게 여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못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짚신도 제 날이 좋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짚신 바닥을 짜는 세로 날줄이 짚이면 엮어 넣는 씨줄도 같은 짚, 삼줄이면 같은 삼줄로 해야 마찰로 어느 한쪽이 닳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신분과 지위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해야 기울거나 갈등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결혼을 하라 하고, ‘무슨 공부냐, 시집이나 가라’ 하던 1960~1970년대 고루한 부모의 모습이 저 연구에서 읽힙니다. 모든 연구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어쩌면 저 연구는 ‘여성의 하향선택 결혼이 이루어지던 옛 사회 관습’으로 회귀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거라는 가설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경향신문-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미국에는 ‘대통령학’도 발달했다. 대통령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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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별 탈 없이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나라인 미국에는 ‘대통령학’도 발달했다. 대통령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랜 시간 수많은 학자와 백악관 참모 출신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왔다. 그중에는 우리 정치가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충고도 적지 않다. 미 헤리티지재단이 2000년 펴낸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도 그 대표적인 저술 중 하나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대통령의 소통, 의회와의 협력이다. 헤리티지재단 연구자들은 “민주화 체제에서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국회와의 생산적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한다.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이 첫머리에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성공적인 정권 인수’다.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선 가능성이 확인되기 이전부터 정권인수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은 선거 캠페인 팀과는 별도로 정권인수팀을 극비리에 구성해 집권에 필요한 전략기획을 준비해 왔다. 이 대목이 레이건을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게 헤리티지재단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런 잣대로 보면 2017년 대선 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차기 정부 출범 후 가시밭길을 걸을 공산이 커 보인다. 조기 대선이 유력하고, 이 경우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진 구성, 총리·장관 임명, 정부조직 개편, 대통령 의제 설정 등을 사실상 대선 전에 모두 마무리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현재의 4당 체제에서는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다른 3당의 협력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유난히 대결적 정치문화가 팽배한 우리 국회에서 4당 체제라면 과반 이하 소수당 대통령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이후 보수·진보 어느 쪽도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암운을 드리우게 하는 대목이다. 탄핵심판 후유증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돼 툭 하면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올 테고, 정파 간 타협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대선 구도가 정리되면 예비내각(섀도 케비닛) 구성은 권장되어야 할 사안이다. 지금같이 당장의 유불리만 따져 유력 주자는 쉬쉬하고, 다른 주자들은 무조건 비난만 할 문제가 아니다. 대연정이든, 결선투표든 대통령의 국회 설득이 조금 더 쉬워지도록 하는 방안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차기 대통령의 성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세계일보-

금융계의 우병우, 만사정통, 청와대 핫라인….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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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우병우, 만사정통, 청와대 핫라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하나같이 ‘정찬우를 통하면 금융권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정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에는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운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특검에서 두 차례나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또 있다. 바로 ‘낙하산 인사’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통상 후보자 공모부터 최종 결정까지 2~3개월 걸리지만, 정 이사장은 불과 20일도 안돼 일사천리로 됐다. 무소불위 권력과 속전속결형 거래소 이사장 선임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이란 데 있다.

[기자메모]‘금융계 우병우’ 그리고 낙하산 폐해
하지만 정권 실세는 그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부터 정 이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번지면서 시한부 이사장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더 많아졌다. 지주사 전환이나 기업공개 등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은 많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 이사장이 추진하기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중추적 자리인 거래소 이사장에 계속 낙하산 인사가 앉아왔다는 사실이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한 이후 5대인 정 이사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총회는 거치지만 사실상 추인은 금융위와 정치권에서 하다보니 시장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 되고 거래소의 중립성·독립성 임무마저 상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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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나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고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특검 수사에 따라 정 이사장의 공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희망보다는 한숨 소리가 크게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낙하산이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폐단의 극명한 사례다. 거래소에 더 이상 낙하산 관행이 계속되어선 안된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