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

보호무역주의는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행위”라고 비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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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중국 선양에 건설 중인 롯데월드 테마파크 공사가 중단됐다. 표면적 이유는 소방 시설에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롯데 측은 “소방 시설에 대한 지적이 있어 지난해 12월 말 공사 중단 조치가 내려진 것은 맞다”면서도 “사드와 직접 관련된 조치는 아니라고 판단하며 또한 동절기라 실질적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공사 중단 조치가 롯데 측의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현대자동차 중국법인도 4월 중국 시장에 내놓기로 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출시를 내년 초로 늦추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도 심각하다. 화장품에서 식품에 이어 자동차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수입 불허 화장품 68개 품목 중 한국산이 전월에 이어 19개에 달한다. 수입 불허된 한국산 화장품은 총 2.5t으로 중국 질검총국이 수입을 허가하지 않은 화장품 물량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9월까지는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수입 불허 조치가 한 건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산 주스 김 라면 쌀 등 식품도 수입이 불허돼 대거 반송됐다. 반송 물량이 20t에 이른다.

이뿐 아니다. 국립발레단 김지영 수석무용수의 4월 발레 공연이 무산됐는가 하면 소프라노 조수미씨,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중국 공연도 뚜렷한 이유 없이 불발됐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은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일련의 조치들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가 아니라 수입품에 대한 안전성 강화라는 중국 측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누가 봐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로, 치졸하기 짝이 없다. 우리 기업들도 “짐작은 가지만 그렇다고 사드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중국의 추가적인 보복을 우려해 말조심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덩치와 힘은 커졌지만 행태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함량미달을 넘어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열린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행위”라고 비판했는데 가당찮다. 지금 중국이 한국과 한국 상품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낯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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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무역은 비자 문제와 마찬가지로 상호주의 성격이 짙은 분야다. 우리 정부도 앉아서 당하기만 하지 말고 법적 테두리 내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검역과 통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에 편중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현지화 전략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향신문-

국민들의 가슴에 우 전 수석은 이미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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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칼끝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특검팀의 일정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우 전 수석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검팀은 금주 중 그를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혐의를 입증할 관련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특검법에 명시된 것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으로 나뉜다. 특검법 전체 수사 대상 14건 중 우 전 수석과 직접 관련된 것만 2건이다. 최씨 비리 관여 의혹 등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해임 영향력 행사 혐의 등이다. 미얀마 대사 교체 과정에서의 개입 정황, 문화체육관광부 고위직 인사 경질 지시 혐의, 가족회사 ‘정강’의 이우환 화백 그림 구입에 따른 횡령 및 탈세 의혹 등 새롭게 불거진 사안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세밀히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 수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이 국정 전반에 전횡을 일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그는 그동안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를 무력화시켰고 ‘법꾸라지’라는 별명처럼 검찰 수사를 비켜갔다. 모르쇠로 일관한 그를 국회의원들은 당해내지 못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알맹이가 없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개인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특별수사팀과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받았지만 처벌을 피했다. 조사 도중에 팔짱을 낀 채 수사검사를 향해 웃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황제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사실상 장악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리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무엇보다 아들의 운전병 특혜 논란은 대한민국 모든 부모와 아들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사안이다. 자격이 미달됨에도 버젓이 지원하고 “코너링이 좋았다”는 이유로 경찰 고위직 운전병에 발탁된 사실은 신성한 병역의무를 희화화하고 국민을 우롱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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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들의 눈과 귀는 특검팀의 우병우 수사에 쏠려 있다. 특검팀은 그의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우 전 수석은 특검팀의 여느 피의자와는 격이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최씨 게이트에 책임이 있는 인물일 뿐더러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국민들의 가슴에 우 전 수석은 이미 유죄다. 일각에서는 박영수 특검 등 특검팀의 수사 관계자와의 친분이 엄정한 조사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일말의 오해일망정 특검팀은 이를 무겁게 여기고 수사에 임해야겠다. 우 전 수석 수사는 특검팀의 마지막 승부수다. 만약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사실상 실패한 특검팀이란 오명을 쓸 수도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 수사 성공이 사법정의는 물론 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국민일보-

불사르다, 불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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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르다’와 ‘불태우다’이다. 열정을 불사르고, 이 한 몸 불태워 어쩌고저쩌고하는 식의 표현들을 뒤죽박죽 사용했으나 사실은 잘못된 것이었다.
불사르다, 불태우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불사르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불에 태워 없앤다’와 ‘무언가를 남김없이 없애 버린다.’ 전자는 서류 더미나 책을 불사르다, 후자는 번뇌나 잡념을 불사른다는 것이 적절한 예문이다. 불태우다 역시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무언가 불이 붙어 타게 하거나, 비유적으로 어떤 감정이 끓어 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열정을 불태우고 의지를 불태운다는 표현이 맞다.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이라는 책을 보니 불사르면 없어지는 것, 불태우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돼 있다.

지난해 말 “한 몸 불사르겠다”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권도전 포부가 태평양 건너에서 전해졌다. 별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진부하고 케케묵은 수사에 내가 집착하게 된 것은 그가 귀국 일성으로 이 말을 다시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불사른다는 것일까.

 그의 귀국 직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정원 스님이 소신공양했다. 소신공양은 ‘자기 몸을 불살라 부처님 앞에 바친다’는 뜻으로, 세상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공양물로 바친다는 극한의 수행법이다. 이 의미를 찾아보면서 나는 그제야 앞서 설명한 ‘불사르다’와 ‘불태우다’의 차이점을 알게 됐다.

티베트의 여러 스님들, 가깝게는 7년 전 문수 스님이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실재하는 몸을 불사르는 이 극한의 행위를 선택하는 것은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태일 열사가 그랬던 것처럼 철저하게 소외된 약자들의 처절한 자기 표현법이다. 몸을 불사른다는 것은 실재의 몸을 태우는 것이 아닌, 자신이 죽어 없어질 만큼 헌신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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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반 전 총장은 그런 의도였겠지만 이런 표현이 어울리는 자리는 이름 없이 희생하는 비천한 곳, 혹은 암흑을 떨치기 위해 몸소 헤쳐가야 할 가시밭길 같은 곳이다. 서로 하겠다고 기를 쓰는 대통령 자리는 아닌 것 같다. ‘불사르다’는 단어를 참칭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아마도 열정을 불태워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정도의 의미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감정이 끓어오르게 한다는 동사 ‘불태우다’와 주로 조응하는 명사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먼저 열정이나 투혼, 의욕과 같은 단어다. 귀감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줄 때 사용된다. 또 다른 부류에는 욕정, 야망, 노욕 따위가 포함된다. 이런 단어로 묘사될 경우 남들에겐 분노와 짜증을 돋우고 본인은 망신살 뻗치는 결과를 맞닥뜨릴 확률이 높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민생 행보에 나선 반 전 총장의 모습에서 투혼과 열정을 불태우려는 그의 의지가 조금은 보였다. 어이없는 실수도 있었지만 시차적응 과정이려니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체는 금방 드러났다. “정 다른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하라”,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나는 6·25 전쟁 때 땅바닥에서 공부했다” 따위를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그의 언사는 형언할 수 없이 불쾌했다. “나이 들면 양기가 입으로 올라온다”며 성희롱을 합리화하거나 “우리 때는 말이야…” 하고 시절 지난 노래에 박자맞추기를 강요하는 ‘꼰대’의 모습이 겹쳐 보일 만큼.

열정과 투혼을 불태우고 싶은 청춘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문제는 거친 비바람 탓에 불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100바퀴나 돌며 쌓은 소중한 경험과 자산까지 왜 불태우려 하나. 우리 청춘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바람막이다.
-경향신문-

아무리 바빠도 자기 전에 한 시간가량 책을 읽는다. 철학에서부터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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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퇴임 후 워싱턴에 거주하면서 집필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 일기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다고 한다. 그는 글 잘 쓰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가 소장 정치인 시절의 오바마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드문 정치인”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글쓰기는 그가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 등의 저서에 필력이 잘 드러난다. 비결은 독서에 있다. 아무리 바빠도 자기 전에 한 시간가량 책을 읽는다. 철학에서부터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한다. 오바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이 급하게 돌아가고 숱한 정보가 난무할 때, 독서가 속도를 늦추면서 관점을 갖고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능력을 줬다”고 했다.

유전결혼(有錢結婚), 무전비혼(無錢非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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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결혼 적령기의 30대 남성 중 ‘결포자(결혼을 포기한 사람)’들을 살펴봤더니 소득에 따라 고소득자는 결혼을 많이 하고, 저소득자는 결혼을 못하는 상황으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내용이다. 일명 ‘유전결혼(有錢結婚), 무전비혼(無錢非婚)’의 현실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듣고 보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가장 큰 행복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결혼조차 돈이 없어 가로막힌다는 비정한 현실이 구체적인 설문 결과로 드러나자 다시금 충격을 받는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필자에게도 남녀 할 것 없이 결혼 못한 친구가 여럿이다. 물론 제대로 된 직장에서 번듯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런저런 속사정으로 연애 생활이 꼬여 ‘싱글’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인 직장을 못 찾은 탓에 짝 찾기에도 실패한 경우다.


 광장의 분노도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대통령의 어이없는 국정 운영이 촛불의 불씨를 틔웠는지 몰라도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경제적 박탈감이다. 과거에는 적은 숫자에 지나지 않던 30대 결포자가 한국 경제가 쪼그라들고 성장이 정체하면서 날로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유전결혼, 무전비혼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사회 미래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대통령과 대기업들에 대한 특검 결과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기업들은 대통령의 강압에 응했을 뿐인데 왜 여론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의아스러워 한다. 특검이 ‘포퓰리즘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결국 촛불시위 광장에 등장한 ‘재벌 개혁’ 피켓과 목소리들이 특검의 수사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중앙일보-

화성은 아쉬운 대로 머스크의 꿈을 이뤄줄 행성이다. 우선 사계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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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함께 전기자동차 ‘테슬라’, 태양광 발전회사인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식민지 개척의 시간을 벌려면 지구를 일단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화성 식민지의 징검다리”라 했다. 뭐니뭐니 해도 화성 식민지의 관건은 로켓 비용의 절감이다. 4번의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한 머스크의 로켓 팰컨 1·9호의 개발 비용은 3억9000만달러(4000억원)이다. 만약 미 항공우주국이 고유의 방식으로 팰컨 로켓을 개발했다면 10배인 최고 40억달러가 들었을 것이다.

기존의 로켓은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임무를 마치면 바다로 추락하거나 대기 중에서 소멸된다. 머스크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밝혔다. 로켓이 재활용될 수 있다면 발사 비용을 100분의 1까지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통신위성 10개를 실은 ‘팰컨 9호’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무엇보다 로켓을 무난히 회수했으니 재활용할 수 있다. 머스크가 1인당 50만달러로 책정한 화성 이주 비용이 더 싸질 수도 있겠다. 화성은 아쉬운 대로 머스크의 꿈을 이뤄줄 행성이다. 우선 사계절이 있다. 매우 희박하지만 대기(지구의 0.7%)도 있다. 화성의 얼음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평균기온(영하 60도)도 지구의 극지 정도이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머스크의 ‘허황된’ 꿈은 15년 만에 현실로 다가오는가.
-경향신문-

대통령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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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의 취재 스타일은 극성스럽다. ‘총리의 하루’ 역시 총리관저 출입기자들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수집한 정보를 기초로 작성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총리 측의 협조 없이 이처럼 구체적인 일정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극비 일정 몇 개를 빼고는 국민들에게 24시간 감시당하는 걸 감수하겠다는 총리의 공직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일본 기자들은 총리 관저 1층 로비에서 아베 총리가 출입할 때마다 질문공세를 편다. 하지만 2002년 현재의 총리 관저 건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1층 로비뿐 아니라 집무실 바로 앞 복도까지 기자들이 진을 쳤다. 그래서 과거의 ‘수상 동정’엔 단순 일정뿐 아니라 총리와 기자들의 대화까지 담겼다. 우리로 치면 청와대 본관 2층의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서 이뤄지는 대통령과 기자들의 대화다.

만약 우리에게도 이런 보도가 있었다면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집무실에 안 나올 수 있었을까. ‘대통령 동정’란에 ‘계속 관저, 오후 3시22분 미용담당 정송주·정매주 자매 입실, 오후 4시37분 두 사람 퇴실,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이후 관저’(청와대 주장 기준)로 보도되는 걸 감수할 수 있었을까. ‘세월호 참사 당일 출근도 안 했다’는 비판에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체제”라고 항변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황당하다 못해 이제 딱하기까지 하다.
-중앙일보-

정유계란(丁酉鷄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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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대신 순두부와 강황 가루를 넣어 부치면 계란옷을 입힌 효과가 난다.’

설날 차례상에 올릴 전을 계란 없이 만드는 방법이다. 한 판에 1만원 수준으로 치솟은 계란값에 ‘짝퉁 계란옷’까지 나온 셈이다.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색깔이 노랗다고 그게 계란일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싶다. “여기가 중국인가” “그냥 안 먹고 만다”며 네티즌들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야말로 계란은 지금 ‘황금알’ 대접을 받고 있다. 라면, 떡볶이, 냉면 등 SNS에 올라온 음식 사진에서 ‘다행히 계란이 들어 있다’는 내용도 심심찮게 보인다. 오죽하면 1597년이 정유재란(丁酉再亂)이었다면 2017년은 정유계란(丁酉鷄亂)이란 소리가 나올까.

비싸진 건 계란값 하나만이 아니다. 라면, 술, 배추, 두부 등 밥상 물가부터 휘발유 가격, 대중교통 요금, 담뱃값, 부가세 등 안 오른 게 없다. ‘내 연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네티즌의 자조 섞인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넉넉한 ‘흑자’ 상태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초과 세수가 9조원대 후반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팍팍한 삶에 라면에 계란 하나 맘껏 못 까 넣는 국민의 현실과는 온도 차가 크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나라의 패망을 부른 ‘민중 봉기’ 직전 늘상 비슷한 전조가 있었다. 부패한 관료, 가혹한 세금,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초들의 삶…. 역사는 되풀이된다. 지금 우리 현실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들고일어났던 지난날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또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일보-

겉은 군자 풍모지만 속에는 소인이 똬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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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이웃 사랑은 각별하다. 중국인들이 좋은 이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지를 보여 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생겼을 정도다. 그 성어는 ‘백금으로 집을 사고, 천금으로 이웃을 사며,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百買屋, 千買隣, 好隣居不換)이다.
 계아는 “100만냥으로 집을 사고, 1000만냥으로 이웃을 샀습니다.” 이웃이란 바로 여승진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이웃 사랑이 남다르다. 2014년 방한한 시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중 양국은 아주 가까운 이웃입니다. ‘백금매옥, 천금매린, 호린거금불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회를 찾아서도 이를 강조했다. “서울 방문은 친척집에 오는 느낌입니다. 중·한은 좋은 이웃인 만큼 한국에 오면 많은 친근감을 느낍니다.”
 중국 속담을 종횡무진 구사하며 이웃 사랑을 강조했다. 2014년 몽골을 방문한 시 주석은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백금매옥, 천금매린, 호린거금불환’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그런데 중국의 요즘 행태는 대단히 이중적이다. 돈 좀 벌었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일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보복으로 연예인 출연과 배터리 보조금 규제, 여행 20% 제한, 전세기 노선 규제, 화장품 수입 불허 등의 조치도 모자라 ‘핵무장’ 폭격기로 겁박하는 등 무차별 난타 중이다.

몽골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자 중국은 금융 및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회담을 중단하고 중국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에 통관비를 징수하는 등 전방위 제재를 가했다.

그렇다고 모든 이웃에 이런 작태를 보이진 않는다. 중국은 나포했던 미군의 수중 드론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훔친 드론 가져라”라고 격하게 반응하자 아무 조건 없이 곧바로 되돌려 줬다. 강자 앞에서는 공갈포만 쏘다가 약자 앞에서는 뒷골목 주먹패처럼 행패를 부린다. 이익이 되면 삼키고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내뱉는다. 중국의 작태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겉은 군자 풍모지만 속에는 소인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서울신문-

쫓겨나기 직전인 대통령이 추진해온 ‘박근혜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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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이미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일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에 맞춰 검정교과서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0일엔 국정교과서 희망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라는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지난해 말 밝힌 대로 ‘2018년 국검정 혼용’ 도입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제도에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할 뿐 아니라 혼용 방안 역시 교육현장에 혼선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정교과서 자체가 탄핵으로 쫓겨나기 직전인 대통령이 추진해온 ‘박근혜 교과서’로서, 이미 국민적 심판이 끝난 지 오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연구학교 지정 등 혼용 일정을 강행하면 그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현장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올해 1학년에 ‘역사’나 ‘한국사’ 과목을 편성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월10일까지 신청을 받아 15일까지 교육청이 연구학교로 지정하면 2월 말까지 국정교과서를 보급하겠다고 한다.
이준식 장관은 여전히 ‘박근혜 교과서’에 집착하고 있으니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국정화 금지 입법을 하루라도 서둘러 혼선을 예방해야 한다.
-중앙일보-